지난해 파리 올림픽에 이어 이번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태극 전사들은 메달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신바람을 냈다. 1년 뒤 있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시험대이기도 한 하얼빈 대회에서 ‘세대교체’ ‘신구조화’에도 성공한 한국은 동계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에 대한 기대에 일찌감치 불을 지폈다.
한국은 14일 끝난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 16개와 은 15개, 동메달 14개로 2017년 삿포로 대회(금 16개)에 이어 2회 연속 종합 2위 목표를 가볍게 달성했다. 금메달 16개는 삿포로 대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 동계아시안게임 사상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이다. 대한체육회가 각 종목 단체 분석을 토대로 전망한 이번 대회 금메달은 11개였다.
효자 종목 쇼트트랙 등 빙상은 기대대로 금빛 퍼레이드를 펼쳤고 설상에서는 어린 선수들의 패기가 메달 결실로 이어졌다. 쇼트트랙에 걸린 금메달 9개 중 6개를 한국이 가져간 가운데 월드스타 최민정은 우리나라 선수 중 유일하게 3관왕에 등극했다. 21세 김길리, 23세 장성우도 나란히 2관왕에 오르며 신구조화를 이뤘다. 스피드스케이팅(빙속) 간판 김민선과 스무 살 샛별 이나현 또한 2관왕으로 올림픽 자신감을 키웠다.
다만 남녀 중장거리 빙속의 세대교체는 여전한 숙제다. 남자 팀 추월에서 후배들과 은메달을 합작하며 한국 선수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9개) 기록을 쓴 이승훈은 “아직도 나를 넘어설 기대주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말을 남겼다. 훈련 환경부터 열악하다. 국내에서 스피드스케이팅 훈련이 가능한 곳은 태릉 빙상장뿐인데 철거가 예정돼 보수 작업은 멈췄고 대체지 건립 지정은 지연되고 있다.
2006년생 김채연(피겨 여자 싱글 금메달)과 이채운(스노보드 남자 슬로프스타일 금메달), 2008년생 김건희(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금메달) 등 10대 기대주들은 최고 무대인 올림픽을 앞두고 아시아 제패라는 값진 경험을 쌓았다. 2005년생 이승훈은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한국 최초의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되면서 한국 최초의 올림픽 결선 진출 목표에 힘을 실었다.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빅에어에서 은·동메달을 딴 윤종현과 신영섭도 2005년생이다.
스키·스노보드뿐 아니라 러시아 출신 귀화 선수 예카테리나 압바꾸모바가 금·은메달을 딴 바이애슬론까지 다양한 종목에서 고루 메달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개최국 중국의 텃세 속에 금메달 2개로 부진했는데 이번에는 중국에서 달콤한 결실을 가져오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한국의 역대 동계올림픽 최고 성적은 2010년 밴쿠버 때의 금 6, 은 6, 동메달 2개(종합 5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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