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주로 이용하는 가정이 학력과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고 서울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부담 탓에 돌봄이 어려운 가정을 돕겠다는 본래 사업 취지와 어긋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14일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연장하면서 공개한 이용 가정 설문 조사 결과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시범사업은 지난해 9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참여하는 형태로 시작됐다. 서울시와 고용부·정부 인증을 받은 민간 업체 2곳이 사업을 이끈다.
이용 가정 185곳 중 112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용 가정 구성원의 학력은 ‘대학원 이상’이 59%, ‘2년제 포함 대졸’이 47%다. 이용 가정의 부부 합산 가구소득 분포를 보면 월 1800만 원 이상이 23.2%를 기록했다. 19.6%는 월 소득이 ‘1200만 원 이상에서 1800만 원 이내’였다. ‘월 900만 원 이하’인 가정은 26.8%였다.
이용 가정의 거주 지역을 보면 강남으로 쏠려 있다. 강남구가 19.64%로 가장 많고 서초구(13.39%)가 뒤를 이었다. 송파구(8.04%)까지 합치면 이용 가정의 41%가 강남 3구에 거주한 셈이다.
당초 시범사업은 가정의 부를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공식 선정 기준을 보면 한부모·맞벌이·다자녀·임신부가 우선 배정이다. 여기에 자녀 연령, 이용 기간, 가사관리사 근로시간, 지역 배분이 2차 선정 기준으로 제시됐다.
이용 가정의 재정 형편을 고려하지 않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가정의 신청이 많아지면서 이들 가정으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혜택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런 강남 쏠림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사업 이용 요금은 이달 기준으로 보면 시급, 주휴수당, 4대 보험 등을 더해 시간당 1만 3700원이다. 3월 이후 이용 요금은 퇴직금 등을 고려해 1만 6800원으로 오른다.
지난해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외국인 가사관리사 규모를 1200명으로 늘리는 등 시범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국 수요가 낮아 본사업 전환이 불투명하다. 시범사업 업체의 낮은 수익성, 사업 목표인 돌봄 효과도 난제로 꼽힌다. 노동계에서는 시범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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