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전공의들이 오는 22일 국방부 앞에 모인다. 병역미필 사직 전공의들이 의무사관후보생 중 입영하지 못한 초과 인원을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하는 국방부 훈령 개정안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병역 미필 사직 전공의들은 22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정문 앞에서 항의 집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여명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직 전공의들은 국방부가 지난달 10일 행정예고한 '의무·수의 장교의 선발 및 입영 등에 관한 훈령'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의무사관후보생 중 초과 인원을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해 국방부가 입대 시기를 최대 4년까지 임의로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올해 선발되지 않으면 최대 4년간 기약 없이 대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수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는 의무사관후보생으로 등록돼 있어 일반병으로 병역을 이행할 수 없으며, 퇴직 시 병역법에 따라 입영 대상자가 된다. 작년 2월에 수련병원을 사직한 후 복귀하지 않은 병역 미필 사직 전공의들은 오는 3월이나 내년 이후 입영하게 되는데,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이번 입영 대상자가 통상적인 군 수요인 연간 1000여 명을 훌쩍 넘자 국방부가 훈령 개정을 통해 이들을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하겠다고 나섰다. 현행 훈령에는 현역 장교인 군의관을 먼저 선발하고, 초과 인원은 공보의 등 보충역으로 분류하게 돼 있는데, 개정안을 통해 초과 인원을 '당해연도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하겠다는 것이다.
사직 전공의들은 "입대 시기를 결정할 권한을 국방부가 빼앗게 되면,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될 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공백 문제도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국방부의 방침이 사직 전공의의 입영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보고,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대전협 내부 공지를 통해 대한의사협회(의협) 법제이사와 함께 이에 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 같은 상황은 수련병원으로 복귀하는 데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각 수련병원은 3월부터 수련에 들어갈 전공의 모집을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달 15~19일 사직 전공의(레지던트) 92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집에서 지원율은 2.2%(199명)에 그쳤다. 문제는 지난 10일부터 진행 중인 추가 모집에서는 병무 일정상 입영 연기와 같은 병역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군의관 혹은 보충역으로 선발된 사직 전공의는 최종 합격을 할 수 없다.
공교롭게도 지난 10일 확정된 군의관·공보의 입영 대상자는 27일에나 최종 결과가 발표된다. 수련병원 모집 마감(28일)을 하루 앞둘 때까지 입영이 불확실하다보니 병역 미필 사직 전공의들은 수련병원 복귀라는 또다른 선택지를 놓고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의무장교나 보충역으로 선발되지 않은 인원은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의무사관후보생으로 지속해서 관리된다"며 "의무장교 선발 후 병무청에 전달하는 나머지 명단을 '현역 미선발자'로 명시하는 것일 뿐,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무사관후보생을 포함한 모든 군 장병의 입영 시기는 상비 병력 및 전투력 유지 등을 위한 군 입영 수요에 맞춰 결정하고 있다"며 "입영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경우 대기하는 것은 이례적이거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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