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세 전쟁’의 여파로 타격을 입은 해외 진출 기업들이 국내로 복귀할 경우 최대 4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해외 사업장 구조조정 면제 대상을 확대해 자본리쇼어링을 포함한 국내 복귀(유턴) 투자를 용이하게 해주는 방식이 유력하다. 현재는 첨단기업 등 일부에 한해서만 유턴기업 선정·지원시 해외사업 청산·양도·축소 요건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다.
13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다음 주 주재하는 올해 첫 수출전략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관세 피해 우려 기업에 대한 종합 지원 방안’을 발표한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대(對)중국 추가 관세와 상대국의 보복관세로 인해 생산 기지 이전을 검토하는 현지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들이 해외에서 국내로 유턴하는 선택지를 놓고 고민할 수 있도록 우리도 문을 열어놓고 준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9930곳에 이른다. 이 중 미국에 직접 진출해 도널드 트럼프의 공세에서 안전한 기업은 전체의 9.4%인 933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90.6%는 미국의 관세 공세 위협에 어떤 식으로든 노출돼 있는 셈이다. 이들 기업이 진출한 국가에 관세 폭탄이 떨어지면 가격 경쟁력 저하 등 다양한 리스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값싼 인건비를 찾아 중국·베트남에 진출했거나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과 인접한 캐나다·멕시코에 자리한 우리 기업들이 공장 재이전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유턴기업 수는 사실상 정체돼 있다. 2019년 14곳에서 2021년 26곳으로 늘어나는 듯 했으나 이후 3년 연속 감소했다. 관련 지원 예산이 증액됐으나 지난해는 20곳에 그쳤다.
정부는 최근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유턴기업 선정요건 완화 등 제도를 정비할 때라고 봤다. 해외 진출 기업 입장에서는 애써 마련한 현지의 교두보를 끊지 않아도 된다면 글로벌 교역 둔화에 따른 소나기를 피하고자 유턴 투자를 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피해 입증 같은 세부 기준은 정교하게 다듬어야 하겠지만 국내 기업들이 모국을 임시 피난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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