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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말 떨어지기 무섭게…野, 국민소환제법 발의

특권없애고 직접민주주의 요소

여론조사업체 관리·강화법까지

헌법상 의원 '자유위임'정면충돌

남용시 정적제거·합의타협 불가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제도 도입을 발언하자 앞다퉈 발의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직접 견제할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의원 특권을 없애자는 취지와 함께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하겠다는 게 목표다. 다만 이미 심화할 만큼 심화한 정치 양극화를 더욱 자극하고 정적 제거 등의 악용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2일 국회 의원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정진욱 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국민소환제 법률안은 총 6건이었다. 사실 정치권에서 국민소환제 도입 주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열린우리당이 17대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21대 국회에서도 7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공약으로 내놓고 2018년 헌법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이들 법안과 개헌안은 대체적으로 지역구 유권자 15~30% 이상이 서명하면 국민소환 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투표권자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 과반수 찬성으로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다는 게 주요 골자다. 문제는 소환사유와 청구 및 통과 요건의 기준이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최근 발의된 법안에서도 소환사유가 제각각인 형편이다.

무엇보다 헌법을 위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 명시된 국회의원 임기와 면책특권을 형해화할 수 있고, 국민의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의 무기속 위임(자유위임)의 원리에 맞지 않아 헌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헌법 학자는 “국회의원이 지역 대표성을 가진다고 하지만 헌법 46조에는 국가이익을 우선하라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들어 농촌지역 국회의원이 상대적으로 농촌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자유무역협정(FTA)에 찬성 했다해서 소환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앞서 2020년 9월 작성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도 “국민소환제는 헌법에서 규정한 대의제, 특히 자유 위임의 원칙과 정면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용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를 겨냥 “극성 지지자들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 일각에서는 국민소환제가 도입되면 민주당이 현 정부에서 국무위원이나 검사들에 대해 벌인 ‘릴레이 탄핵’이 다른 당 국회의원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강우창 고려대 교수는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소환 조건을 높게 잡을 경우 실효적이지 않고, 낮게 잡을 경우, 일부 세력의 영향력이 과대대표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엄기홍 경북대 정외과 교수는 “극성 지지자들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어 제도 설계에 주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번에 꺼내든 국민소환제도 조기 대선 가능성과 맞물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서 봇물 터지고 있는 개헌 요구의 예봉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민주당이 앞서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여론조사 업체 관리강화법’을 발의한 데 이어 국민소환제 법안도 잇따라 마련하면서 이 대표의 입맛에 맞는 법안만 양산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영국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에서 국민소환제를 도입한 국가가 없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각제 국가의 경우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이 잦다는 점에서 국민소환제가 필요하지 않은 배경도 있지만 제도남용으로 사회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경각심 탓이다. 실제 베네수엘라의 경우 2000년 모든 선출직 공무원을 국민소환제 대상으로 개헌이 실시되면서 정적 제거에 빈번하게 소환제가 활용됐다. 그 결과 폭력 정치가 일상화 되고 사회적 대화나 의회를 통한 합의와 타협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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