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내 군부대가 지역 개발을 가로 막는다며 지방 이전을 추진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군부대로 인해 도제한 등 각종 규제가 뒤따라 인근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 데다 주택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군 부지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 사태로 군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되면서 군부대 이전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대문구는 천연동 군부대를 이전하기 위한 연구 용역 중간 발표회를 이달 중 개최할 예정이다. 천연동 군부대는 수방사 제1경비단이 위치한 부대로,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청와대 경호 임무가 해제된 이후 부대 이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서대문구는 군부대를 이전하고 반도체 바이오 연구단지(SUPER BASE) 조성, 유스호스텔 건립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마포구는 합정동 군부대 이전을 촉구하는 주민 서명부를 지난 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했다. 주민들이 제안하는 방식이지만 박강수 마포구청장도 주민들과 국민권익위를 함께 찾아 민원을 전달하며 힘을 보탰다. 합정동 군부대가 위치한 합정동 450-9 외 12필지 주변은 한강과 인접해 있어 입지 조건이 우수하지만 군부대로 인해 개발이 정체돼왔다. 마포구의 주민 건의 사항 전달과 국방부와의 협의 등에도 불구하고 군사시설 이전이 합의되지 않아 2018년 군부대 추진 노력은 중단됐다. 하지만 올해부터 이전 요구에 탄력이 붙고 있는 상황이다. 마포구의 한 관계자는 “군부대로 인해 고도 제한 등의 각종 규제로 인근 주거지역도 개발되지 못한다는 요구가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군부대 이전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금천구다. 금천구는 국방부와 협의를 완료해 군부대 금천구 개발의 걸림돌이었던 공군 제3 미사일방어여단 부지 개발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한다. 금천구는 주둔 병력이 생활하는 공간을 축소화하고 남은 부지는 주거공간과 상업 시설을 유치할 계획이다.
군부대 이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회에서도 도심 내 군부대 이전을 촉진하기 위한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군부대가 도시 확장으로 인해 도시 내부나 인근에 위치하게 되면서 지역의 각종 개발계획과 충돌하는 문제가 계속됐다”며 “무기체계가 첨단화되는 등 과거와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작전계획 때문에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군이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온 만큼, 긍정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회 관계자는 “계엄 때문에 군의 이미지가 추락해 국방부의 협상력이 줄어들 수 있다”며 “특히 작전계획 변경 등으로 도심 내 군부대는 활용가치가 떨어진 만큼 외곽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서울 내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군부대 이전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내년부터 서울은 주택 공급 부족에 시달리게 되는데 군부대 이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주택 공급 효과가 있고 또 하나는 인근 단지의 사업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다만 국방부 등과 협의가 장기간 길어지면 당장의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는 만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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