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당국이 정신 질환 등으로 교직 수행이 힘든 교원에 강제 휴직을 명할 수 있는 가칭 ‘하늘이법’을 추진한다. 복직 시에는 교단에 설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의무화한다. 여야도 고(故) 김하늘 양 피살 사건과 관련해 재발 방지책 마련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신학기를 앞두고 발생한 사상 초유의 사건에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자 정부와 정치권이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7개 시도교육청 교육감과 긴급 협의회를 열어 하늘이법 등이 포함된 대전 초등생 참사 대응책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정신 질환 등으로 교직 수행이 곤란한 교원에게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직권휴직 등 필요한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가칭 하늘이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원이 원할 경우’에만 휴직이 가능했던 법을 손보겠다는 취지다. 교육공무원법 44조 1항 1호는 ‘임용권자는 교육공무원이 신체상·정신상의 장애로 장기요양이 필요해 휴직을 원하면 휴직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복직 시에도 근무 가능성을 철저히 확인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정신적 질환으로 휴직했던 교사가 복직한 후 범행을 저지른 점을 고려한 조치다. 현행 규정 등에 따르면 본인이 제출한 병원 진단서상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없다는 의사 판단만 있으면 원칙적으로 복직이 가능한데 앞으로는 복직 여부를 진단서에만 의존해 판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복직 시 정상 근무 가능성 확인을 필수화하는 등 적절한 대책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교원이 폭력성 등 특이 증상을 보였을 때 긴급하게 개입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할 방침이다. 이밖에 학생 안전을 빈틈없이 점검하고 외부인의 학교 출입 통제, 늘봄학교 안전관리 등 안전 대책을 면밀히 살필 계획이다.
이 같은 조치를 위해서는 입법이 필요한 만큼 정치권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하늘 양 피살 사건과 관련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한 당정 협의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정신 질환 등 문제 소지를 지닌 교사의 즉각 분리를 위한 법 개정의 필요성과 학교 구성원에 대한 정기적인 정신 건강검진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국민의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대책을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대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하늘이법 입법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교육감들의 의견과 당정 협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하늘 양을 살해한 여교사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하늘 양의 부검 결과 ‘다발성 예기 손상에 의한 사망’이 사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발성 예기 손상에 의한 사망은 날카로운 도구에 의해 다발적으로 손상을 입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을 말한다. 전날 저녁 늦게 체포·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은 경찰은 현재 여교사 주거지·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사인, 범행 방법 등을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