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공성 물질의 기공을 0.01 나노미터(㎚·10억 분의 1m) 단위로 조절하는 기술이 나왔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자연계 전체 수소 중 0.015%만 존재하는 데다 일반 수소와 성질이 비슷해 분리가 까다로운 중수소를 효율적으로 분리해낼 수 있다.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는 핵융합발전, 반도체공정 등에 쓰일 수 있는 핵심 자원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오현철 교수팀과 서울대학교 화학부 이은성 교수팀은 이온교환방식을 통해 다공성 물질인 금속 유기 골격체(MOF)의 기공을 0.01 나노 단위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고 12일 밝혔다. 또 이 같은 초미세 조절로 금속 유기 골격체의 중수소 분리 효율이 2배 가까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 앙게반테케미(Angew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IF 16.1)에 지난달 12일 게재되며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다공성 신소재인 금속 유기 골격체의 기공을 활용하면 중수소와 수소를 분리할 수 있다. 분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체 역할을 하는 기공 크기를 잘 맞춰야 하는데, 수소와 중수소 모두 그 크기가 0.3나노미터 수준으로 작기 때문에 0.01나노미터 수준에서 초정밀 조절이 이루어져야 한다.
공동연구팀은 금속 유기 골격체인 JCM-1 소재의 이온을 질산염(NO₃⁻)이온에서 염화물이온(Cl⁻)로 교환해 기공 입구의 크기를 약 0.39 나노미터에서 0.36 나노미터로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염화물이온이 질산염이온보다 기공과 연결된 외부 골격체를 더 강하게 안쪽으로 끌어당기게 되고, 그 결과 기공 입구 크기가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입구가 줄어든 JCM-1(Cl⁻)은 그렇지 않은 JCM-1(NO₃⁻)보다 중수소 분리 효율인 선택도가 14.4에서 27.7로 증가해 2배 가까이 향상됐다. JCM-1(NO₃⁻)도 기존 24K(-249.15℃)에서 이뤄지는 극저온 증류방식과 비교하면 9배 이상 뛰어난 선택도를 보였다. JCM-1(Cl⁻)의 선택도를 기존 극저온 증류방식과 비교하면 약 18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JCM-1은 이은성 교수팀에서 개발한 소재다.
제1저자인 김현림 연구원은 “JCM-1(Cl⁻)은 기존의 24K(-249.15℃)에서 이뤄지는 극저온 증류방식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인 50K( -223.15℃)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해 핵융합, 반도체 제조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UNIST 오현철 교수는 “이번 성과는 다공성 물질의 나노 기공 크기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며, 동위원소 분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스 분리 분야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중견연구 및 기본연구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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