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에 맞서 보복관세를 발효하며 ‘미중 무역 전쟁 2라운드’가 본격화했지만 양국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도널드 트럼프 1기 때처럼 장기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10일 0시부터 보복관세 조치에 나선 중국은 궈자쿤 외교부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무역 전쟁과 관세 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피해를 보는 것은 양국 인민의 이익”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일방적 관세 인상이 아니라 평등과 상호 존중의 대화·협상”이라며 “미국이 잘못된 처사를 바로잡고 경제·무역의 정치화·도구화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한 것과 달리 중국은 트럼프 1기와 마찬가지로 미국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차이나데일리는 “미국에 맞서 신중하게 표적화한 대책을 부과해 중국은 미국에 당하고 있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줬다”고 짚었다.
앞서 2018년 7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을 퍼부으며 포문을 연 미중 1차 무역 전쟁은 2020년 1월 양측이 합의안에 서명하며 약 18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양국이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협상 기간은 1기보다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만 타깃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을 포함한 주요 경제권에 관세 폭탄 조치를 취하는 만큼 중국과의 개별 협상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마친 뒤 본게임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1기를 겪은 중국이 트럼프 2기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며 양측이 단기간에 접점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중국은 이달 4일 미국이 추가 관세를 발효하자마자 추가 관세, 반독점법 조사, 수출 통제 등 패키지 대응에 나섰다.
중국은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역 전쟁을 벌이려는 만큼 전선 확대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관련 국가들과 함께 ‘일방주의와 무역보호주의의 도전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대중 관세를 피해 중국 패스트패션 업체 쉬인이 공급망 일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려는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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