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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원칙과 신뢰가 실종된 사회

강도원 정치부 차장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기일인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정계선(왼쪽부터),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들이 심판정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67일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우리의 정치·사회 시스템이 얼마나 원칙 없이 운영되고 있는지와 그 결과 저신뢰 국가로 전락하고 있는 현 상황을 잘 보여준다.
헌법재판소가 대표적이다. 국민들은 더 이상 헌재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이번 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국민 10명 중 4명(43%)이 ‘헌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헌법·법률·명령·조례·규칙이라는 법령 체계의 최상위 규범인 헌법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 판단을 내리는 핵심 권력기관이자 독립기관이다. 그래서 헌법은 헌재 재판관의 정치 관여 금지(헌법 112조 2항)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헌재 재판관은 야당 대표와 친분을 드러내고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헌법 가치와 겉도는 통일관과 대북관을 자유롭게 표출했다. 근무 시간에 편향된 서적의 독후감도 썼다. 대통령 탄핵 심리를 진행하는 재판관이 대통령 탄핵 찬성 시국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친동생이 대통령 퇴진 특위 부위원장을 맡은 재판관도 있다. 재판관 8명 중 3명이 전체 판사의 10%도 되지 않는다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국민 13만 명이 특정 헌법재판관 탄핵 청원에 동의한 것도 이런 이유다. 마치 야당이 짜준 시간표라도 있는 듯 특정 사건 심리를 서두르다 공정성 시비에도 휘말렸다.

국회 역시 가관이다. 야당 주도로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탄핵했다.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게 이유였지만 또 헌재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내란죄 혐의는 빠졌다. 내란조사특위에서는 군사기밀인 방첩사 생산 문서 목록을 제출하라는 한편 증인 명단에 정보사 요원의 실명과 소속 부대가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대통령 대대행 체제에서 중심을 잡고 민생을 챙겨야 할 여당은 구치소에 있는 대통령을 찾아 전언 정치에 매진하고 있다. 기본소득을 주창하던 야당은 ‘성장 우선’을 슬로건으로 내걸며 급변침에 나섰다. 외연 확장을 위한 전략이라지만 국민은 진심을 파악하기 어렵다. 당장 야당은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안보의 중추인 군의 모습도 처참하다. 군복을 입고 양심 고백이라며 과거 자신이 상관으로 모셨던 야당 의원을 찾아가 라이브로 방송을 하고 헌재에 출석해 말을 요리조리 바꾸는 모습은 보기 민망하다.

관가라고 다른 건 아니다. 한 중앙 부처 1급 회의에서는 “탄핵될지 모르는데 이런 걸 왜 하나”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일부는 ‘어디에 줄을 서야 하나’ 고민하다 퇴근한다고 한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후에는 먹통이 된 사회 시스템이 반반으로 갈린 진영 싸움에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시스템 복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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