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11월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차를 렌트한 후 신호를 대기하던 중 뒤에 오던 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아 그대로 충돌 사고로 이어졌다. 차를 빌리면서 보험을 가입했고 과실 비율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추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은 없었지만 A씨 가족은 여행에서 돌아온 후 후유증 등 전체적인 진단을 위해 한방병원을 방문했다. 담당 의료진은 입원과 각종 검사 등을 소개했고 A씨 가족은 입원 대신 주 3회 가까이 통원하며 각종 약침 치료와 약물 치료들을 병행했다.
최근 유명 걸그룹 멤버가 교통사고 보험 처리와 관련해 한방병원을 언급하며 논란이 되는 가운데 보험진료 실태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의 ‘TEO’의 ‘살롱드립2’에서 그룹 아이브의 안유진이 “상대방이 잘못했다면 한방병원에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에서) 본 것이다. 그러면 안 되죠?”라고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이에 대한한방병원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자동차 사고 피해자는 사고 이전 상태로 회복하기 위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모든 한방 진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즉각 반발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자동차보험을 통한 한방병원 진료비 증가 추세가 주목받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도수치료 등 자동자보험을 이용한 한방병원의 비급여 근골격계 진료비는 연평균 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 급여 항목인 물리치료도 증가했지만 비급여 항목 증가율을 밑돌았다.
특히 경상 환자(상해급수 12~14급)의 경우 한방병원 비급여 진료 비중이 일반 진료보다 높았다. 자료에 따르면 일부 한방병원은 통원·입원 비급여 진료가 전체 진료비의 35%를 상회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급여와 비급여 항목이 병행되면서 보험금 지급 부담이 커져 자동차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대한한방병원협회는 “한방 의료행위의 건강보험 급여 항목이 제한적”이라며 “약침 치료 등이 비급여로 제공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한약재를 활용한 약침 치료는 주사 치료의 일종이지만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해당하지 않아 비급여로 제공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미한 부상이라도 단순 물리치료만으로 통증 완화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과잉 진료 사례가 존재할 수는 있지만 일반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경증 환자 치료 시 급여·비급여 진료를 병행하는 혼합진료에 대한 관리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보험연구원은 "자동차보험에서도 혼합진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급여 진료를 우선하도록 하는 현행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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