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했다. 다만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당초 2.0%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6일 피치는 12·3 비상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이어진 정치 불안에도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종전과 같이 유지한다고 밝혔다. 피치는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향후 수 개월 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한국 경제와 국가 시스템에 실질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 가운데 비상 계엄 이후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발표한 기관은 피치가 처음이다. 국내 정치 혼란으로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 등급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피치는 당초 등급을 유지했다. 앞서 피치는 지난해 말 우리 정부 당국과의 면담에서 비상 계엄 사태가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비상 계엄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점을 고려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1.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2.0%)에서 0.3%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치다. 다만 2026년부터는 소비와 설비·건설 투자 개선에 힘입어 성장률이 2.1%로 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치는 2012년 9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올린 뒤 14년 째 같은 등급을 매기고 있다. AA-는 AAA, AA+, AA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한국과 등급이 같은 국가는 영국, 체코, 홍콩, 아랍에미리트 등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한국 경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재확인했다”며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불안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