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창틀에 결박하고 비위생적 환경에 방치하는 학대를 저지른 정신의료기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6일 인권위는 충북 소재 정신의료기관인 A 병원을 정신건강복지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4일 충북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진정인은 A 병원 5층 병동에서 60여 명의 환자가 환자복을 입지 않고 알몸으로 생활하고, 병원이 환자를 창틀에 부당하게 결박하는 등 인권 침해당하고 있다고 인권위에 진정했다. 진정 내용에는 병원 화장실 변기가 파손돼 병실 바닥에 배변이 방치되고 청소·배식을 담당하는 직원이 없어 환자들이 직접 배식하고 있다는 점도 포함됐다.
인권위가 특별 조사팀을 구성해 A 병원 현장 조사 등 다각도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병원 치료진은 주치의인 A 병원장이 지난해 2월 6일 피해자를 창틀에 묶을 것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피해자가 양팔이 위로 들려 좌우로 벌어진 상태로 병실 창틀에 양 손목이 강박된 사진도 입수했다. 이에 대해 A 병원장은 “평상시 환자에 대해 강박을 지시할 때는 구체적으로 장소 등을 지정하여 지시하지 않기에 창틀에 강박하라고 지시할 수 없다”고 부인했다.
진정 내용대로 현장 조사에서 병실 내 변기가 파손되고 일부 입원 환자들이 “환자복을 받지 못했다”고 진술한 정황도 확인됐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위원장 남규선 상임위원)는 해당 병원의 행위가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인권위는 “피해자가 격리·강박실이 아닌 병실 내 창틀에 양 손목이 강박된 것과, 해당 격리·강박일지 기록이 존재하지 않다는 점은 정신건강복지법 위반 및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관행적으로 격리·강박 조치를 빈번하게 시행하고 처벌적 조치로 강박을 시행한 행위는 보건복지부의 ‘격리 및 강박 지침’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병실 내 변기를 수리하지 않아 비위생적 환경을 방치하고 환자들이 알몸으로 생활하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행위 또한 환자들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봤다.
인권위는 경찰 수사 의뢰 외에도 A 병원 이사장을 포함한 전체 치료진에게 인권위 주관 특별인권교육 수강 조치를 취하고, 지자체장에게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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