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국들을 상대로 고율 관세 정책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글로벌 펀드 투자자들이 아시아 주요국에서 주식 매도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으로 미 달러화의 가치가 높아지자 아시아 증시가 직격탄을 받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형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무역 갈등으로 아시아 기술주가 단기적으로 20% 하락할 수 있다며 차익 실현에 나설 것을 추천한다는 의견을 내놔 주목을 끌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들은 올 1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 시장에서 약 123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난다. 앞서 7개월 동안 글로벌 펀드 투자자들은 아시아 증시에서 540억 달러 규모를 회수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이런 상황이 자체 데이터 기준 2009년 이후 가장 긴 매도 기간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의 매도 우위로 아시아 증시는 약세장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MSCI 아시아 태평양 지수는 지난해 11월 미 대선 이후 4.4% 하락한 것으로 집계된다. 같은 기간 동안 MSCI 유럽 지수가 4.4% 상승했고 미 증시 대표지수인 S&P500 지수가 4.5% 상승한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블룸버그는 달러 강세에 비롯된 현상으로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캐나다 등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후 호주 달러에서 인도 루피 등 아시아 주요국 통화는 급락세를 보였다. 강달러 현상에 환차손을 우려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의미다. 에버브라이트 증권의 글로벌 전략가인 킴미 통은 “투자자 심리에 있어서 달러가 강세일 경우 투자자들은 아시아 주식과 같은 위험한 자산에서 돈을 빼고 미 국채와 같은 안전 자산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 갈등으로 아시아 기술주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 기술기업은 무역 리스크가 있는 데다 수익 대비 주가(밸류에이션)가 높다고 지적했다. 또 실적 상승 여력도 부족하다면서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을 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서 컴퓨터 반도체에 대한 관세가 인상되고 글로벌 무역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경우 아시아 기술주는 단기적으로 20% 하락할 수 있다면서 현재 수익 추정치도 역시 너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이 분야 보유 비중을 줄이고, 위험을 헤지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이 분야는 앞으로 투자 수익률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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