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실세가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입김이 전방위로 거세지고 있다. 대기업들은 머스크에 러브콜을 보내며 바짝 엎드리고 영국에서는 머스크가 지지를 선언한 극우 정당이 처음으로 여론조사 1위에 오르는 등 머스크의 존재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3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대기업들이 머스크가 소유한 기업들과 사업 제휴 또는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비자는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와 손잡고 연내 디지털 결제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했으며 유나이티드항공과 애플도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자사 사업에 적용하기로 했다. 머스크와 각을 세우던 기업들도 속속 태도를 바꾸고 있다. X에 광고를 끊다시피했던 아마존은 지난달 X 광고비 지출을 직전 달 대비 10배로 늘렸다. 스페이스X와 경쟁 관계인 보잉도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의 제작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스크와 손을 잡았다.
JP모건체이스는 3년 전 머스크 소유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제기한 소송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취하했다. JP모건은 테슬라가 신주인수권 계약을 위반했다며 1억 6200만 달러(약 2400억 원)를 지급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조너선 번디 교수는 “새 행정부에서 머스크가 차지한 위치를 고려할 때 이처럼 관계에 박차를 가하는 기업에는 정치적 혜택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머스크 앞에 납작 엎드리는 것은 머스크의 영향력이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 자문기구인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머스크는 연방정부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을 주도하고 있다.
이를 놓고 머스크와 DOGE의 월권이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옹호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밤 기자들과 만나 “나는 머스크가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비용 절감에 능하고 아주 똑똑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그는 우리 승인 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머스크의 광폭 행보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백악관도 다음 날 성명을 통해 머스크의 신분이 ‘특별 공무원’이라며 “적용되는 모든 연방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가 트럼프를 대신해 악역을 맡고 있다고 분석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머스크가 ‘더러운 일(dirty work)’을 하면서 그 자신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도를 갉아먹고 있다고 말해 머스크가 트럼프를 대신해 악역을 담당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한편 머스크의 영향력은 미국 국경 밖에서도 더욱 커지고 있다. 3일 영국에서는 머스크가 지지를 선언한 극우 정당 영국개혁당이 여론조사에서 첫 1위를 기록하며 집권 노동당과 제1야당 보수당의 양당 구도를 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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