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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퍼스트' 우익 정당 돌풍…집권여당도, 제1야당도 힘 빠졌다

[연립여당 참의원 과반 실패]

자민, 창당 후 양원 동시패배 처음

신흥 보수 국민민주·참정당 모두

30대 이하서 지지율 20%선 강세

이시바 "총리 유지" 의지 밝혔지만

연정마저 쉽잖아…통상 협상 표류

채권·주식·엔화 트리플 약세 우려

21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자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의원 선거 패배를 사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과 연립 정당 공명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도 존재감을 키우지 못한 가운데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운 우익 정당 참정당과 보수 성향의 국민민주당이 예상을 넘어선 성과를 내며 양당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중·참의원 모두에서 과반을 잃은 이시바 시게루 내각이 사실상 ‘식물 내각’으로 전락하며 일본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21일 NHK에 따르면 최종 개표 결과 자민당은 39석, 공명당은 8석을 확보해 연립 여당은 총 47석에 그쳤다. 목표로 제시했던 50석에 못 미치면서 참의원은 여당 122석, 야당 126석으로 여소야대 구도가 됐다. NHK는 자민당이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 이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과반을 놓쳤다며 1955년 자민당 창당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연립 여당의 패배 원인으로는 미일 통상 교착, 쌀값 급등, 고물가 등 대외·대내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집권당의 잇따른 정책 실패와 무능에 실망한 보수층과 무당층이 신생 정당으로 향하며 야당이 약진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다.

반면 일부 야당이 표를 흡수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번 투표 대상이었던 개선 의석 기준 국민민주당은 4석에서 17석, 참정당은 1석에서 14석으로 의석을 크게 늘렸다. 특히 극우 신생당인 참정당은 외국인 토지 제한, 참정권 반대 등 반이민 공약으로 젊은 층에서 지지를 얻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두 당은 30대 이하 유권자 사이에서 각각 20% 안팎의 지지를 기록했다.

이들의 약진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22석을 지키는 데 그쳤고 진보 정당인 일본공산당은 7석에서 3석으로 줄어들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유럽 극우 정당의 약진과 마찬가지로 반세계화 정서가 일본 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보수층의 이탈과 무당층의 불만으로 인해 신생 보수 정당으로 표가 몰리며 여당뿐 아니라 제1야당까지 힘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1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책임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시바 총리는 당분간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AP연합뉴스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 과반을 상실한 자민당 안팎에서는 이시바 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20일에 이어 이날 “국민의 엄격한 심판을 받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정치 공백을 만들 수 없다”며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향후 내각 개편과 당 간부 인사를 통해 정국 반전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지만 정국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연정 확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요 야당이 자민당과의 연정 참여 가능성을 일축했고 이시바 총리도 이날 “다른 정당과의 연정은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이시바 내각이 사실상 ‘식물 내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정치 불안이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여당이 야당의 감세 요구 등을 수용하게 되면 ‘재정 확대→국채금리 상승→엔화 약세’의 악순환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가 대규모 감세와 국채 발행을 예고하며 촉발한 ‘트러스 쇼크’가 일본에서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15일 여당 과반 실패 우려가 커지자 10년물 국채금리는 1.595%까지 뛰면서 16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급격한 포지션 청산이 일어날 경우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0엔까지 급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미일 통상 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국이 8월 1일부터 일본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소니금융그룹의 모리모토 준타로 애널리스트는 “일본에 유리한 조건으로 타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날 공휴일로 주식시장이 휴장해 본격적인 시장 반응은 22일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3일에는 40년물 국채 입찰이 예정돼 있어 채권 시장의 반응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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