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를 장악하려는 야욕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북극권과 중남미의 전략적 요충지를 장악해 반미(反美) 세력 확장을 억제하고 경제·안보 패권을 확보한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동맹에 대한 압박도 불사하겠다는 ‘미국 우선주의’가 갈수록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CNN 등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2일(현지 시간)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파나마를 찾아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에게 파나마운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 변화를 요구했다. 미 국무부는 “루비오 장관은 파나마운하에 대한 중국의 통제력이 위협적이며 영구적 중립성을 담보하는 (미국과의) 조약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비적 결정을 알렸다”며 “(미국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경고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전부터 중국의 영향력을 이유로 파나마운하 통제권 환수 의지를 밝혀왔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오후 파나마운하를 방문해 미라플로레스 갑문 지역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물리노 대통령은 파나마운하 통제 및 운영은 주권 사항으로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실질적 위협은 없었다”고 밝힌 한편 “운하는 파나마가 운영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기술적 수준의 검토 협의체를 제안한 데 이어 운하를 통과하는 미 해군 함정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관련 협정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중국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파나마 정부의 발표 후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운하와 관련한 미군의 개입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같은 날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린란드 병합 문제를 재차 거론했다. 밴스 부통령은 미국이 그린란드를 확보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린란드는 미국 안보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곳에 중국과 러시아가 이용하는 해로가 있지만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통제하는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린란드에 5만 5000여 명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덴마크 정부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며 “엄청난 천연자원이 있지만 덴마크는 개발과 탐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다른 접근 방식을 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인들이 우리를 향해 소리 지르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편입에 강제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시사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지정학적·경제적으로도 중요한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에서 중국의 세력이 강화하고 있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린란드는 지리적으로는 북극권 선점을 위한 군사적 요충지로 미국이 1951년부터 피투피크 우주기지(옛 툴레 공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희토류·구리·리튬 등 전략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으며 최근에는 해빙으로 북극 항로로 활용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루비오 장관은 “중국이 파나마에서 했던 것처럼 그린란드에 시설을 설치하고 해군을 파견하는 등의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파나마운하의 경우 중국이 서반구로 진출하는 핵심 통로로 꼽힌다. 현재 운하 주요 항구 5곳 중 2곳의 운영권을 홍콩계 기업 CK허치슨홀딩스 자회사가 가지고 있다. 파나마 당국은 CK허치슨홀딩스 자회사를 상대로 자금 흐름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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