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정회계·허위공시 혐의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3일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의 변호인인 김유진 변호사는 재판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 회장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제출한 주요 증거에 대한 증거능력도 일부 인정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로직스 서버 등에 대한 증거능력 판단에 대해 재판부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탐색·선별 등 절차의 존재 및 실질적인 참여권 보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이 주장한 부정거래행위에 대해서 재판부는 이사회 결의와 합병계약, 주주총회 전후 주가관리 등 과정에서 보고서를 조작하거나 합병 성사를 위해 부정한 계획을 수립하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회계부정 혐의는 회사 측의 재무제표 처리가 재량을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인정됐다. 또 외부에서 오인할 수 있거나 지배력이 변경되지 않은 것처럼 가장했다는 주위적·예비적 공소사실 등 추가한 기소 내용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무상 배임과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배임이 인정되지 않고 공모나 재산상 손해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 피고인의 발언도 위증이 아니라고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뤄졌다는 검찰의 주장도 기각됐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미래전략실의 조율·협력에 의해 합병이 결정됐고, 두 회사의 의사와 관련 없이 합병이 결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합병 검토 시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합병이 부실하다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합병 태스크포스(TF)와 미전실 사이 관계가 일방적인 의사결정 지시 관계라고 볼 증거도 없다고 했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허위공시·부정회계 의혹에 대해 재판부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행사되면 삼성바이오가 (삼바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는다는 사실이 주요 위험이라고 공시했어야 된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은폐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낮은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높일 목적으로 삼성 미전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2020년 9월 이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3년 5개월 가량 심리 끝에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 전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원심과 같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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