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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못한 부모 [로터리]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




사람은 생후 첫 5년 동안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과 맺는 관계와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이때 형성된 의식과 활동이 성인기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생애 초기 몇 년 동안 뇌는 매초 100만 개의 새로운 신경세포를 연결한다. 뇌과학자들이 발견한 이 사실은 영유아기 발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부모들에 대한 새로운 압박과 기대를 낳았다.

이 시대 부모는 인류 역사상 가장 바쁜 부모다. 더구나 예전과 달리 부부 단 두 사람으로 이뤄진 팀이 자녀를 키워야 하는 첫 세대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에서 요즘 부모들은 매년 성장하는 육아 산업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육아 산업이 자녀 양육을 지원하는 주요 수단이 됐고 부모들은 여기에 크게 의존한다. 간혹 자녀 양육 프로그램은 ‘아이들은 다루기 아주 어렵다’는 인상을 주면서 부모들에게 불안을 초래하고 어설픈 육아를 하고 있다는 부끄러움까지 갖게 한다.

전문가의 조언이 없으면 자신의 양육 행동이 엉망이고 부적절하다고 믿게 할 수도 있다. 육아 정보의 과잉은 부모의 자신감을 약화시켜 때로 유익하기보다 오히려 해롭다. 무엇보다 육아 산업은 성공적인 부모가 되는 비결을 팔았고 육아는 구매력을 가진 누구나 습득할 수 있는 ‘기술’로 선전됐다. 이 틈에 명사 ‘부모’는 ‘부모 역할하기’ 동사로 점점 더 많이 쓰여졌다. 부모가 되는 것은 해야 할 일, 말하자면 자녀 키우기 프로젝트로 전락했다.



부모는 각자의 개성을 가진 인간이 아니라 육아 산업이 제안하는 효율적인 자녀 양육을 추구하는 육아 문화의 톱니바퀴 안에 빠졌다. 현대 육아 문화의 아이러니한 점은 수많은 육아 조언에도 불구하고 종종 비현실적인 육아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압력 때문에 부모가 스스로 스트레스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완벽하지 못한 부모’로 여겨지는 대가는 엄청난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이어져 많은 부모들이 고통을 느낀다. 육아를 습득할 수 있는 기술로 여기는 사회에서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사람은 결국 육아 산업을 구매할 수 없는 부모들이다. 구매력이 육아 격차를 낳는 구조에 놓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부모의 개인적 요구와 필요에 맞고 부모이자 한 인간으로서 필요한 지원을 제공받아 ‘육아 웰빙’을 도모할 수 있는 육아 지원 정책이 개발·시행돼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부모가 되면 사회관계망이 변화하고 새로운 단어가 필요한 감정을 경험한다.

자녀가 태어나면 부모도 태어나는 것이다. 부모기로의 전이를 돕고 심리 지원 서비스 등 영유아 개인과 부모 및 보호자가 처한 개별 특징에 기반한 육아 지원 정책이 필요한 까닭이다. 가족과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하며 민간과 공공이 공동 거버넌스를 구축해 철저하게 아동과 가족 통계에 기반한 육아 지원 정책을 개발·시행하는 것이 육아 웰빙의 밑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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