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공휴일 지정으로 길어진 설 연휴가 끝나간다. 명절에는 평소보다 활동량이 줄어들고 고칼로리의 음식을 더 많이 자주 먹게 된다. 고칼로리의 명절 음식에 반주를 곁들이다 보면 소화기 기능에 부담을 주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고지방·고열량의 음식을 많이 섭취하고 심적으로도 느슨해지는 시기인 만큼 건강 관리에 소홀해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정화음 인천힘찬종합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명절 음식은 평소에 먹는 식사보다 기름기가 많고 열량이 높다. 많이 먹게 되면 소화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며 “소화불량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신체 리듬이 깨지면서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소화불량은 질환으로 인한 증상과 그렇지 않은 경우의 증상이 거의 비슷하게 나타나므로 본인의 신체반응을 잘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정 과장의 도움말로 명절 연휴에 경험할 수 있는 소화기 증상에 대해 알아봤다.
◇ “떡국에 반찬 몇가지, 후식 챙겨먹으면”…하루 권장 열량 훌쩍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밝힌 명절 음식별 칼로리를 기준으로 한끼에 섭취하는 열량을 따져보면 하루 섭취 권장량을 훌쩍 넘긴다. 성인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남성이 2500kcal, 여성이 2000kcal다. 설 명절 상차림에 기본적으로 올라오는 떡국 1그릇(800g)만 먹어도 711kcal에 소갈비찜을 1/2그릇(125g), 잡채 1/2그릇(75g)을 함께 먹었다면 각각 249kcal, 102kcal이 늘어난다. 비교적 살이 덜 찔 것 같은 동태전도 1/2그릇(75g) 열량이 134kcal 정도다. 후식으로 따라오는 식혜 1잔(150g)에 약과 1개(30g)를 먹으면 각각 135kcal과 119kcal가 추가된다. 한 끼에 총 1450kal를 섭취하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세끼 식사에 술을 곁들이거나 다른 간식을 집어 먹으면 5000kcal을 훌쩍 넘길 수 있다.
이처럼 명절에는 대체로 기름진 음식을 평소보다 많이 섭취하다 보니 음식을 분쇄하고 이동시키는 소화 운동기능이 저하되기 쉽다. 자주 먹거나 늦은 시간까지 야식을 먹는 것도 소화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가족, 친지 중에 소화가 되지 않아 답답하다거나 더부룩하고 체한 느낌, 복부 팽만감 등을 호소하는 이가 있을지 모른다.
◇ 과음 후 좌측 옆구리에 통증? 급성 췌장염 의심해봐야
명절 연휴를 핑계로 과음하다 보면 단순히 소화 기능의 문제가 아닌 급성 췌장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과한 음주를 하면 췌장이 알코올을 대사하기 위해 췌장액을 더 많이 분비하게 된다. 이때 췌장액이 십이지장으로 다 배출되지 못하고 역류하며 췌장 세포를 손상시키면서 급성 췌장염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성 췌장염이 생기면 위쪽 복부 또는 배꼽 주위부터 등 쪽이나 좌측 옆구리로 통증이 생긴다. 음식을 섭취하면 통증이 악화되고 심하면 구토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과식·과음 후 가슴 통증과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은 역류성 식도염의 신호일 가능성도 있다. 역류성 식도염은 강한 산성의 위산과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가슴 안쪽에 타는 듯한 통증과 속 쓰림 증상을 일으킨다. 고열량·고지방 음식을 섭취 후 바로 눕거나 야식을 즐겨먹는 식습관이 주된 원인이다.
◇ “명절인데 뭐 어때” 분위기 휩쓸려 과음·과식은 금물
명절 음식을 준비할 때 조리방법을 조금 바꾸면 가족들의 소화기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전과 같은 부침류를 조리할 때는 기름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센 불에 빨리 부쳐 기름의 흡수를 최소화해준다. 육류는 주로 살코기를 쓰며, 나물도 기름에 볶는 것보다는 데치는 방법으로 무치는 것이 좋다.
식습관을 바꿔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식사는 되도록 천천히 하고 음식은 개인 접시에 먹을 만큼 덜어놓고 먹는 양을 확인하며 과식을 줄인다. 주전부리는 적게 먹어 전체적으로 평소 식사량에 맞춰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이 좋다. 특히 당뇨, 심혈관질환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식혜나 떡, 전, 고기류 등을 먹을 때 적당량을 섭취하도록 하자. 과식을 했다고 여겨진다면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운동으로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 분위기에 휩쓸려 과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변의 배려도 필요하다.
◇ “너무 먹었네” 후회될 땐 산책·걷기 등 가벼운 유산소운동 추천
식사 후 곧바로 격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소화기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휴식을 취한 뒤 산책, 걷기 등 30분 정도 가볍게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더부룩함이 지속된다면 따뜻한 물이나 생강차, 페퍼민트차 등 소화에 도움이 되는 차를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 과장은 “과식 후 속이 불편한 정도는 괜찮다고 여겨 참다가 통증이 악화될 수 있고, 증상이 반복되다 만성질환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며 “기본적으로 본인이 섭취했을 때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나는 음식은 기억해 뒀다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소화가 안될 때 탄산음료를 드시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며 "가벼운 식체의 경우 도움이 되지만 식도나 위에 가스가 많이 차 있을 때 마시면 오히려 가스가 더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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