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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희대의 사기꾼' 장영자 '또'…154억원 위조수표 사용해 '철창행'

1심에서 무죄받았다 2심서 뒤집혀 징역 1년에 법정구속

1994년 거액의 어음부도및 사기사건과 관련, 검찰의 조사를 받던 장영자씨가 서울 구치소에 구속 수감되기 위해 검찰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서울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980년대 희대의 어음 사기사건의 주인공 '큰손' 장영자(81)씨가 또다시 사기 행각을 벌여 출소 3년 만에 5번째로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청주지법 형사항소3부(태지영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위조유가증권행사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장씨는 2017년 7월 10일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농산물을 공급받기로 모 업체 대표 A씨와 계약을 체결하고 154억2000만원의 위조수표를 선급금 명목으로 건넨 혐의를 받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위조수표인 줄 몰랐다"는 장씨의 입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만약 위조 사실을 알았다면 이런 사실이 금방 들통날 수 있기 때문에 즉시 상당한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수표를 사용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피고인은 수개월 후에나 공급받을 수 있는 농산물에 대한 선지급금으로 위조 수표를 사용했고 그사이 위조수표라는 사실이 드러나 아무런 이익을 보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은 장씨가 이 사건 범행으로 취한 이익이 있었고, 과거 장씨의 범행과 닮은 점이 있다는 점을 들어 판단을 달리했다. 태 부장판사는 "원심은 이 사건으로 피고인이 얻은 이익이 없으므로 수표 위조 여부를 몰랐을 것이라고 판단했으나 피고인은 당시 계약을 체결하면서 A씨로부터 이행보증금 3000만원을 지급받은 뒤 돌려주지 않았다"고 짚었다.



또 "과거 피고인이 유죄를 확정받았던 사건과 관련한 위조수표의 액면금액이 이번 사건 위조수표와 일치하고 수표번호도 과거 사건 위조수표와 연속된다"며 "타인에게 위조수표를 건네 현금화하도록 하는 방식 등 범행 수법도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장씨는 2017년 6월 154억2000만원의 위조수표를 사용한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갖고 있었던 위조수표를 이번 사건 범행에도 사용했던 게 아니냐는 취지로 보인다.

장씨는 198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어음 사기사건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뒤 형기를 5년 남겨 둔 1992년 가석방됐다. 이 사건으로 장씨 부부는 물론 은행장 2명과 장씨의 형부이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삼촌 이규광 씨 등 30여명이 구속됐고, 한동안 단군 이래 최대 사기 사건으로 회자했다.

장씨는 이후 출소 1년 10개월 만인 1994년 140억원 규모 차용 사기 사건으로 4년 형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됐다. 1998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지만 2000년 구권화폐 사기 사건으로 구속기소 돼 2015년 1월 석방됐다.

이어 2018년 초 남편인 고(故) 이철희씨 명의의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기증하려는데 비용이 필요하다는 둥 피해자들을 속여 약 6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또다시 구속기소 돼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고 2022년 출소했다.

장씨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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