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구속됐다. 구속 소식이 알려지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점거하고 기물을 파손해 86명이 체포되는 불상사도 일어났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은 20일간 윤 대통령을 조사하고 이르면 다음 달 초 재판에 넘긴다. 현직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 심판과 형사재판을 동시에 받게 됐다.
차은경 서부지법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3시께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부터 쓰던 휴대폰을 교체하고 텔레그램 계정을 지운 행위 등을 고려해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영장 실질 심사에 직접 나가 40분 동안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심사 종료 직전 5분간 마지막 소회를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 변호인 측은 “납득하기 힘든 반헌법·반법치주의의 극치”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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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새벽 지지자 100명 이상이 서부지법 담을 넘어 유리창을 깨고 법원 내부로 침입하는 등 법원 습격을 감행했다. 소화기와 돌 등을 던져 유리창을 부수고 일부는 법원 3층까지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총 86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도저히 상상조차 어려운 불법 폭력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법부 체계를 파괴하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검찰과 경찰은 전담팀을 구성해 가담자 색출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법원 점거에 대해 윤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옥중서신에서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는 심정은 이해하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줄 것을 당부한다”며 “경찰도 관용적 자세로 원만하게 사태를 풀어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구속이 결정되면서 윤 대통령은 양복에서 카키색 수형복으로 갈아입고 수용자 번호를 달았다. 이어 머그샷을 찍은 뒤 독방에 구금됐다.
한편 윤 대통령은 공수처가 이날 오후 2시까지 출석하라는 요구에 또다시 불응했다. 공수처와 검찰은 구속 기간 20일 중 10일씩 나눠 윤 대통령을 조사한 뒤 기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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