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달 5일 전후로 기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계엄 당시 군경 관계자 10명이 기소된 상황으로,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재판에 넘기면 비상계엄 핵심 주모자 대부분이 기소된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 심판과 형사재판을 받게 된 윤 대통령은 19일 구속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오전 3시께 차은경 서울서부지방법원 부장판사가 “피의자(윤 대통령)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대통령의 기소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은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에서 조사하고 설 연휴가 끝난 다음 달 5일 전후로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구속된 피의자를 20일(체포 기간 포함) 내 재판에 넘겨야 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이달 15일 체포됐기 때문에 구속 기한인 20일 후인 다음 달 3일까지 검찰은 윤 대통령을 기소해야 한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이 체포적부심을 청구했고 향후 구속적부심도 청구한다면 심사에 걸린 시간을 제외하기 때문에 이틀 정도 기소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공수처와 검찰은 조사 기간 20일 중 10일씩 나눠 윤 대통령을 조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사정에 따라 검찰과 협의해 조사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수처는 구속 첫날 윤 대통령을 이날 오후 2시까지 공수처로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지만 윤 대통령은 불응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 수사 자체가 ‘위법’이어서 거부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공수처는 20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고 재통보했지만 또다시 불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이른 시일 내에 검찰에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검찰 수사에는 응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서부지법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검찰이 기소하기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이 윤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고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이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이 기소되면 비상계엄에 관여한 핵심 인사들이 모두 재판을 받게 된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두 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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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현재 10명이 기소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7일 기소된 데 이어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등 군 인사 5명이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도 이달 8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해 내란죄를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 모두 없었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엄을 선포한 뒤 해제하기까지 법을 어기거나 국민의 기본권도 침해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국헌문란 목적이 없고 폭동 없이 질서 있게 계엄을 해제했다는 이유로 내란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윤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본궤도에 접어든 탄핵 심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법원이 윤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곧 헌재가 파면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윤 대통령이 헌법 수호의 주요 책임자로서 직무 수행을 다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구속영장 발부는 윤 대통령의 탄핵 심리에도 불리한 요소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의 탄핵 사유에 대해 ‘대통령이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로 규정한다. 즉 헌법 수호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도주·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법정 구속되는 것은 헌법적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지점이다. 헌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해 국민 전체를 위해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헌재는 이달 23일부터 증인 신문을 시작한다. 첫 증인으로는 김 전 장관이 결정됐다. 곽 사령관의 신문은 다음 달 6일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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