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갑을오토텍 사건에 대한 판단이 어색했던 것이다. 그 판결 후 (로펌, 노무법인 등이) 통상임금을 줄이는 유효한 방법으로 자문했다. 상여금에 재직자, 만근 조건을 붙이라는 것이다. 2018년 법률가와 함께 한 토론회에서 경고했다. 세상이 그렇게 쉽냐고.”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1년 만에 통상임금 판단 기준 중 하나인 고정성을 뺀 대법원 전합의 판결에 대해 한 말이다. 새 통상임금에 대해 ‘뒤틀렸던 통상임금’이 뒤늦게 갖춰야 할 제 모습이 됐다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9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건물 회의실에서 연 ‘임단협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전합 판결의) 본질은 소정노동(근로)를 다하면 통상임금이고 그 외 조건이 붙으면 변동급이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전합은 11년 만에 통상임금을 재정립했다. 2013년 당시 전합은 고정성을 더해 3가지(정기성·일률성·고정성) 기준으로 통상임금을 봤는데, 전합은 고정성을 뺐다.
권 교수는 당초 고정성이 통상임금 안에 담긴 속성임에도 이를 새로운 개념처럼 꺼낸 2013년 전합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권 교수는 이날 발제문에서 “통상임금의 본질적인 판단 기준은 소정근로 대가성”이라며 “정기성과 일률성은 이러한 임금의 전형적인 속성이다, 고정성이란 징표는 소정근로로서 도출돼야 할 정당한 통상임금 범위를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통상임금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의 산식에 쓰인다는 점도 고정성이 비판을 받는 지점이었다. 근로자는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할 때 보상 규모를 미리 알아야 제대로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고정성을 통해 붙은 조건(재직, 근무일수)은 장래 일어날 일이어서 사전 산정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권 교수가 우려하는 점은 2013년 대법 전합 판결 직후처럼 새로운 통상임금을 두고 벌어질 잘못된 해석과 기업의 편법적인 비용 아끼기다. 벌써 법조계에서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임금항목을 소개하는 설명회가 늘고 있다. 실제 기업들은 인건비가 크게 늘어날 상황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 정기상여금은 상여금이 아니다”라며 “‘간판’과 ‘실질’이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에둘러 지적했다. 상여란 말이 붙었더라도 정기적으로 지급된다면 상여란 특징을 잃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꼼수로 통상임금을 낮춰도 통상임금 본질은 그대로고 법원에서도 인정될 것이란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권 교수는 이제 통상임금보다 임금체불을 막기 위해 임금채권 소멸시효 5년으로 연장, 임금체불죄 양형 기준 상향 등 정책적 노력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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