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이던 2017년부터 2024년까지 8년 동안 최소 1승을 거두며 통산 19승을 기록한 박민지가 차지하지 못한 딱 하나 주요 타이틀이 있다. 바로 최저 타수상이다. 6승씩 거두며 ‘대세’로 군림했던 2021년과 2022년에도 평균 타수 1위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의 평균 타수 최고 성적은 2022년 3위(70.70타)다.
프로골퍼들에게 그해 품고 싶은 주요 타이틀을 꼽으라면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 그리고 평균 타수 1위 세 가지를 고른다. 그 중 하나를 차지하기도 쉽지 않은데, 이 세 부문을 모두 독식해 ‘3관왕’에 오르면 그 해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다고 할 수 있다.
작년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 여자골프 3대 투어에서 3관왕에 오른 선수가 나온 건 한국이 유일하다. KLPGA 투어의 윤이나만 상금왕과 최저 타수상 그리고 올해의 선수상에 해당하는 대상을 모두 석권했다. 일본에서는 다케다 리오가 상금왕과 대상을 차지했지만 평균 타수 1위는 야마시타 미유의 몫이었다. 미국에서는 세 가지 부문 주인공이 모두 달랐다. 올해의 선수상은 넬리 코르다(미국)가 차지했고 상금왕은 지노 티띠꾼(태국), 그리고 최저 타수상인 베어 트로피의 주인은 후루에 아야카(일본)였다. 평균 타수 부문에서 티띠꾼이 1위(69.33타), 코르다가 2위(69.56타)에 올랐으나 출전 대회 수를 채우지 못해 3위(69.99타)였던 후루에에게 베어 트로피가 넘겨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는 주요 타이틀 ‘3관왕’을 석권하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평균 타수는 출전 대회 수 충족 조건에 걸리는 톱랭커가 많고 대회 별 상금 규모 차이가 너무 크다 보니 이변의 상금왕이 등장하기도 한다. 작년 7승을 거둔 넬리 코르다 보다 2승을 차지한 티띠꾼이 상금왕에 오른 것도 우승 상금 400만 달러가 걸린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영향이 컸다. 티띠꾼이 40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되면서 대역전극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간 LPGA 투어에서 돈과 명예를 모두 거머쥔 주요 타이틀 3관왕은 3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시간을 거슬러 가면 2022년 리디아 고, 2019년 고진영, 2018년 에리야 쭈타누깐으로 연결된다. 지금은 세계랭킹 1위 ‘코르다 천하’라고 하지만 그가 받은 주요 타이틀은 작년 ‘올해의 선수’ 한 번이 유일하다. 최근 10년 동안 세 부문 수상자가 모두 다른 것은 2020년과 작년 두 번이 전부다. 김세영이 상금왕에 오르고 고진영이 올해의 선수상 그리고 대니얼 강이 최저 타수상을 받은 2020년은 코로나 19 영향으로 투어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그걸 감안하면 작년 아주 특이한 사례가 생긴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KLPGA 투어에서 3관왕 주인공이 나온 것은 절반인 5번이다.
2015년 전인지가 3개 부문 타이틀을 석권했고 2017년 이정은6, 2019년 최혜진, 2023년 이예원 그리고 작년 윤이나가 3관왕의 계보를 이었다. KLPGA 투어에서는 대상 수상자를 결정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세 가지 타이틀 주인공이 모두 다른 때는 한 번도 없었다.
윤이나가 LPGA 투어로 무대를 옮기는 2025년은 3개 타이틀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작년 상금 2위, 대상 2위, 평균 타수 4위 박현경은 일찌감치 대상을 최대 목표로 삼았다. 평균 타수 2위, 상금 3위, 대상 3위 박지영 역시 주요 타이틀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아직 상금 왕을 못해본 김수지나 평균 타수 1위에 올라보지 못한 박민지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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