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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사진 같이 찍자 했는데" 울먹…"내 가족 일 같아" 추모 발길

[비통함 가득한 합동분향소]

무안스포츠파크 정부 합동분향소 현장

전국 각지서 추모객들 발걸음 이어져

지인·가족 잃은 시민들 눈시울 붉히고

일반 추모객도 엄숙한 분위기로 묵념

조계종 총무원장 등도 고인넋 위로

자원봉사자들도 추모객 맞이로 분주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합동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무안=연합뉴스




“어린 친구들도 많이 희생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이해하기 힘드네요.”

30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의 합동 분향소가 마련된 무안스포츠파크 체육관에는 추모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자원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체육관 안으로 향한 시민들은 배부 받은 근조 리본을 한쪽 가슴에 달고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분향소 내부로 들어섰다.

긴 줄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추모객들은 자신의 차례가 오자 무거운 표정으로 제단 앞에 서 위패를 향해 엄숙히 고개 숙여 묵념했다. 일부 시민들은 고인들의 위패 앞에서 끝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제단 위에는 신원 확인이 마무리된 141명의 위패가 모셔졌다. 추가 신원 확인자가 나오면 이에 맞게 위패가 추가된다.

이날 분향소를 나오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린 박연주(25) 씨는 “무안이 본가라서 내려와 있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 오게 됐다”며 “조금이라도 애도하는 마음들이 모이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분향소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추모객 최윤호(25) 씨와 김민수(27) 씨는 서울에서 이날 오전 무안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 이들은 “공항에 먼저 다녀왔는데 유족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슬픔이 느껴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회상하며 희생자들을 향한 애도의 말을 전했다.



지인·가족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한 추모객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광주에서 거주하는 정 모 씨는 사촌 여동생과 조카, 그리고 매제를 잃었다. 무안공항을 들렀다가 곧장 인근 합동 분향소를 찾은 그는 “1년에 한 번씩 보는 동생인데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으면 좀 일찍 볼 걸 그랬다”며 “너무도 비통하고 대한민국에 이런 불상사가 있나 싶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전남교육청 소속 직원들의 옛 직장 동료라는 한 추모객의 사연도 전해졌다. 전남 강진에서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는 이 퇴직 공무원은 “동료 5명이 사망했는데 신원 확인이 다 되지 않아 위패는 3개뿐”이라며 “이 분들 중 1명은 태국에 가기 직전 점심 식사도 했는데 소식을 듣고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아 어제 밤잠을 설쳤다”고 전했다. 나머지 동료들의 위패가 도착할 때까지 좀 더 기다려 보겠다던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생각에 잠겼다.

종교계의 추모도 이어졌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비롯해 전남 지역 6개 본사의 주지스님이 승려 수십 명과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위패가 모셔진 제단 앞에 줄지어 늘어선 승려들은 대표자의 목탁 소리에 맞춰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반야심경을 합창하며 고인의 넋을 달랬다. 분향소가 마련되기 전부터 현장을 지킨 조계종 소속의 한 승려는 “이런 힘든 시기에 종교가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우리도 애도 기간에 마음을 보태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는 여중생들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참사로 변을 당한 중학교 3학년 A 양의 소꿉친구 5명은 친구를 먼저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여러 번이고 흐느꼈다. A 양의 친구 김 모(16) 양은 “중학교도 같이 졸업하고 졸업 사진도 같이 찍기로 했다”며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소한 일상들이 한순간 무너져 내린 것만 같다”며 울먹였다.

합동 분향소가 차려지기 전부터 일손을 돕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전남 신안에서 왔다는 한 자원봉사자는 “무안공항과 이곳 분향소에 봉사자들이 모여 일손을 돕고 있다”면서 “지인은 없지만 가족들이 희생됐다는 생각에 왔다”며 이내 눈물을 보였다. 전남 22개 시도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자원봉사자는 200명이 넘는다. 특히 합동 분향소에 배치된 자원봉사자들은 추모객들을 목례로 맞이하며 합동 분향소 내부로 안내하는 한편 무료 밥차를 운영하며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정부가 사고 당일인 이달 29일부터 일주일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면서 무안을 비롯해 서울·세종·광주 등 전국 17개 시도에 정부 합동 분향소가 마련됐다. 희생자들의 연고지가 주로 몰린 전라남도는 무안 정부 합동 분향소 이외 22개 모든 시·군에 분향소를 설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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