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과 관련해 “계엄 선포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말했던 조지호 경찰청장이 계엄령 선포 3시간 전쯤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계엄에 대한 언질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윤 대통령은 이달 3일 계엄령 선포 3시간 전쯤인 오후 7시께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 대통령 안전 가옥으로 소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계엄군이 장악할 기관과 체포해야 할 인물 등이 적힌 A4용지 한 장 분량의 문서를 이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10일 오후 4시께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출석한 뒤, 11일 오전 3시 49분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특별수사단(특수단)에 긴급체포된 조 청장은 경찰 조사에서 이러한 정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수본은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 사항이 김 청장과 조 청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문서에는 계엄이 시작된 뒤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MBC, 여론조사 꽃 등 10여곳을 접수하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23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오후 11시 37분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조 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은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야당 의원의 “주요 인사와 통화한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 “윤석열 대통령 등과 통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회 행안위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조 청장은 계엄 당일 오후 6시 28분부터 오후 10시 2분까지 공관에 있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윤 대통령의 안가에 갔던 사실은 숨긴 셈이다. 계엄 선포 사실도 사전에 인지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조 청장은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조 청장과 함께 윤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전해진 김 청장은 양부남 의원실에 오후 6시 38분께 퇴근을 한 뒤 오후 7시 46분께 재출근을 했다고만 밝혔으며, 퇴근과 재출근 사이에 어디에 있었는 지 알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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