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최근 야당의 감사원장 탄핵, 예산안 독주를 ‘내란 획책’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비상 계엄 선포는 1979년 10월27일 이후 45년 만이다.
다만 국회는 비상계엄 선포한지 2시 35분 만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계엄령 선포는 무효가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25분께 비상 계엄을 선포하며 이유로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국회의 폭거 상황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린다.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며 “체제 전복을 누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은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 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주도하고 있다”며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 시키겠다”고 말했다.
계엄은 국가비상사태에서 행정권과 사법권을 계엄사령관이 행사하도록 하는 제도다. 계엄이 선언되면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이 제한될 수 있다. 다만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할 수 있지만,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통령은 선포한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 대장을 임명했다.
다만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고 계엄령 해제를 요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새벽 본회의를 소집한 뒤 계엄법 11조에 따라 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회의장에는 여야를 아울러 190명의 의원이 모였고, 전원 찬성했다. 본회의는 4일 새벽 00시 48분에 열렸고, 1시 정각에 안건을 상정했다. 우 의장은 “국회의 의결에 따라 대통령은 즉시 비상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며 “국회는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 경내에 들어와 있는 군경은 당장 국회 바깥으로 나가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박수를 쳤다.
이날 2시간 반 만에 끝난 비상 계엄 소동으로 윤 대통령이 정국 난맥을 정면 돌파하려 했지만, 되려 역풍을 맞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예산안에 대한 야당의 일방 통행이 이 사태의 원인이라지만, 국민적 공감대 없는 갑작스러운 계엄 선언에 시민들이 대혼란을 겪으면서다.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책임론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여당의 한 의원은 “사상초유의 감액 예산 통과부터 감사원장을 비롯한 탄핵의 남발 등 거대야당의 폭주도 멈춰야 한다”면서 “특정인의 방탄을 위해 후진적 정치로 치닫는 상황도 이젠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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