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가운데 성공적인 고령자 고용 모델을 만든 일본처럼 우리도 노사 자율에 기반한 계속고용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왔다. 일본은 고령자 계속고용의 최대 쟁점이 될 임금 조정 문제까지 노사가 해법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고령자의 임금 감소 충격을 재정 지원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점은 우리 정부도 과제가 될 전망이다.
1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4 고령사회 대비 국제컨퍼런스’는 이 같은 내용의 계속고용 해법이 논의됐다. 계속고용은 정년연장, 정년폐지, 퇴직 후 재고용을 통칭한다. 우리도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참여한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계속고용 방안을 논의 중이다. 노동계는 일률적인 정년 연장을, 경영계는 퇴직 후 재고용을 주장하면서 대치하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이 발표한 일본의 고령자 계속고용 정책 분석이 주목을 끌었다. 오 연구위원은 일본 고용 정책에 관한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오 연구위원은 “일본은 기업이 스스로 상황에 맞게 노사 합의로 고령자 임금 감소 문제를 해소했다”며 “계속고용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직전 임금의) 평균 68.8%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임금 수준은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대기업 임금이 낮아져 자연스럽게 70%선으로 수렴했다는 설명이다.
일본이 큰 갈등 없이 고령자 임금을 낮춰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일본의 고령자 고용시스템이 성공했다는 방증이다. 일본은 우리 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와 노동력 부족, 연금 수급시기 불일치 문제를 겪었다. 이 문제 해소를 위해 1998년 정년을 의무화한 뒤 65세, 70세 등 단계적으로 고령자 고용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특히 일본은 노사가 협정으로 계속고용 대상자를 정하는 등 기업의 수용력과 제도 선택권을 늘 우선했다. 65세 고용 단계부터 기업에 고령자 고용확보 조치를 정년연장, 정년폐지, 퇴직 후 재고용(일본에선 계속고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작년 기준 기업 약 70%가 퇴직 후 재고용을 활용하고 있다. 동시에 고령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처우를 당하지 않도록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를 만들었다. 우리처럼 높은 연공성의 임금체계를 민간 스스로 바꾸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든 점도 특징이다.
오 연구위원은 “일본의 법들을 보면 기업이 60% 정도 시행하고 있을 때 (제도 수용력이 높도록) 법제화에 나선다”며 “60세 정년제가 시행됐던 1998년을 보면, 기업 93.3%가 이미 정년을 60세로 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3년부터 (일하고 있던 기업의) 자회사에서도 계속 고용이 가능하도록 ‘길’을 터놨다”며 “정책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정해 고령자와 현역(정년 전 근로자)을 균등하게 처우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재정 지원 역할도 일본 계속고용의 성공 비결로 꼽혔다. 대표적인 제도는 일본의 ‘고령자 고용계속 급부금 제도’다. 이 제도는 정년 이후 임금이 정년 이전 보다 75% 이하로 낮아질 경우 정부가 25%를 보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임금 감소 충격이 낮아지자, 일본은 보전 비율을 올해까지 15%로 낮췄다. 내년부터 10%로 추가 하향할 방침이다.
오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는 60세 이후 임금 하락분을 보전하면서 장기적으로 노사가 ‘정책이 맞다’라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일정 수준 연령에 도달하면 더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연금 수준도 일본 정도(18.3%)로 높이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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