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최근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문제점을 연이어 지적하고 있지만, 정작 관련 법안을 제정할 당시에는 관련 문제를 묵과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소거래소 폐업 우려와 이용자 자산 보호 등은 이미 법안 수립 단계에서부터 예견된 문제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회가 일시적 이슈화를 넘어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실질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에서 재등장한 업비트 독식 구조는 지난 2021년 3월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이 마련될 때부터 제기됐던 문제다. 당시에도 이 법안은 원화 마켓 운영의 진입장벽을 높여 중소거래소를 고사시키는 제도라는 비판이 잇따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화 마켓은 원화로 가상자산을 사고 파는 마켓이다. 국내 다수 사용자가 원화로 가상자산을 거래하기 때문에 중개 수수료가 주 수익 모델인 거래소 입장에서는 중요한 시장이다.
특금법 개정안에는 국내에서 원화 마켓을 운영하려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하고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한 뒤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신고수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시중에는 5개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를 제외한 대다수 거래소가 은행과 계약을 맺지 못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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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은 법이 시행된 후 3년이 지났는데도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빗코가 광주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하고 당국에 VASP 유형 변경 신고를 했지만 승인되지 않았다. 원화 마켓 출시를 노렸던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지난해 말부터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줄폐업하고 있다. 한빗코를 포함해 캐셔레스트, 코인빗, 후오비코리아, 프로비트, 오케이비트 등이 문을 닫았다. 5대 거래소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업비트 독과점 현상을 더욱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2021년 VASP를 받아야한다고 할 때부터 업비트 독과점 이슈는 제기됐던 문제”라면서 “중소거래소가 조금이라도 체력이 있을 때 해결했어야 하는데 이제는 너무 늦었다”고 꼬집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4일 지적한 영업종료 코인 마켓 거래소 관련 178억 원 피해 역시 예견된 문제였다. 지난 2021년 3월 특금법이 시행될 때부터 거래소 폐업 우려가 제기됐지만 법적 보호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지난해 제정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는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가 해킹·파산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용자 자산을 보호할 방책이 담겨있지 않다. 제도에 허점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법안은 그대로 통과됐고, 올해 7월부터 시행됐다.
강 의원은 21대, 22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이다.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제정되던 시기에 의정 활동을 했다. 정무위원회의 소관기관에는 금융위원회가 포함돼 있다. 이에 그의 비판이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정쟁에 매몰돼 이슈 몰이에만 급급할 뿐 산업 발전을 등한시하고 있다”면서 “가상자산 업계 목소리를 경청해 일부라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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