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악화에도 주요 시멘트 기업 대부분이 올 상반기 실적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하반기부터 이뤄진 시멘트 단가 상승과 원가 절감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것에 더해 선제적 투자와 신기술 개발로 대체 수익원을 찾아내면서 이뤄낸 성과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쌍용C&E·한일시멘트(300720)·아세아시멘트(183190)·성신양회(004980)·삼표시멘트(038500) 등 국내 주요 시멘트 기업 대부분은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어났다. 시멘트 출하 점유율 기준 업계 1위로 분류되는 쌍용C&E는 올해 상반기 매출 8537억 원과 영업이익 777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매출 8981억 원, 영업이익 309억 원)과 비교해 매출이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일시멘트는 같은 기간 매출이 8812억 원에서 9098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1122억 원에서 1625 함께 늘어났다. 이외 3개 기업도 모두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전방 산업인 건설업 업황 악화에도 시멘트 실적이 상승하는 현상의 배경으로는 최근 2년 동안 수차례 이어진 단가 상승과 원가 절감, 선제적 투자 및 기술 개발이 꼽힌다. 2021년 중순 톤(t)당 약 7만 5000원이었던 시멘트 평균 가격은 4차례에 걸친 가격 인상으로 지난해 9월 11만 2000원으로 오른 후 현재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멘트 생산 주요 연료인 유연탄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상승하면서 시멘트 가격도 덩달아 올랐지만 지금은 유연탄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원가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또 다른 요인은 선제적 투자와 기술 개발이다. 시멘트 업계 ‘빅5’로 분류되는 쌍용C&E·한일시멘트·아세아시멘트·성신양회·삼표시멘트는 2020년대 초반부터 화석연료인 유연탄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 연료 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현재 많게는 연료의 절반 가량을 폐플라스틱·폐비닐 등 폐합성수지로 쓴다. 이런 폐합성수지를 사용하는 데서 폐기물 처리 수수료를 받아 연간 100억~200억 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쌍용C&E의 경우 환경자원 사업 매출이 지난해 기준 1215억 원으로 연간 매출의 6%를 차지한다.
여기에 연구개발(R&D)을 통한 각종 신제품 개발도 매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삼표시멘트는 우천·한파 시에도 타설 가능한 시멘트를 개발해 본래는 기상 악화로 타설이 어려웠을 현장에 특수 시멘트를 공급하고 있다. 한일시멘트의 경우 바닥 타설용 모르타르에 이산화탄소 포집하는 기술을 이달 초 개발해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수도권 건설 현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쌍용C&E는 시멘트 주원료인 석회석을 구워 만드는 반제품 ‘클링커’ 비중을 낮춘 친환경 제품을 개발해 최근 미국 시장에 3만 톤을 수출했다. 클링커는 시멘트 탄소 배출의 주범이다.
단가 상승, 원가 절감, 신기술 개발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면서 증권가에서는 올 하반기 시멘트 업계 실적도 낙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 시멘트 기업에 대해 “유연탄 대체를 통해 연료 구입비를 절감함과 동시에 폐기물 처리 수수료 수입, 잉여 탄소배출권 매각 이익 등을 수취할 수 있다"며 “향후 유의미한 원가 절감과 환경 사업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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