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최근 신입 사원들과 만나 "전통적인 영역 중심의 비즈니스도 적극적인 인공지능(AI)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룹 사업의 무게추를 AI로 옮기는 등 연일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7월 중순 경기 이천 SK텔레콤(017670)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신입 구성원과의 대화'에서 "새로운 모델이 생겼을 때 기존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 많은 것들이 존재하고, 우리에게는 기회다. 그 기회를 아주 빠른 속도로 잡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입 구성원과의 대화는 고 최종현 선대 회장이 신입 구성원에게 직접 그룹의 경영 철학과 비전을 설명하기 위해 시작한 행사로 1979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최 회장은 "SK 계열사들이 AI 회사로 전환해야 한다"며 본연의 산업 영역에 AI를 접목하면 경쟁력이 강화되고 그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과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AI를 최대한 사용하라"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SK텔레콤의 경우 AI 어시스트(에이닷) 고객과 전화를 사용하는 고객이 겹친다"며 "AI와 통신을 잘 결합해 미래 비즈니스를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SK하이닉스(000660)도 AI 반도체를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전체 AI 인프라 스트럭처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AI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에너지 설루션 사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AI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선 친환경 에너지 생산·공급·저장 설루션 구축이 필요한 만큼 SK의 강점인 액화천연가스(LNG)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그리드 등 포트폴리오를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최종 고객(End Customer)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SK그룹 사업재편(리밸러싱) 과정에서 AI 관련 발언을 쉬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은 6월 28~29일 미국 현지에서 화상으로 참석한 경영전략회의에서 "지금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관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며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19일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도 "SK 관계사들이 보유한 기술과 역량을 활용해 AI 인프라를 주도할 수 있는 기업으로 진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SK그룹은 이같은 기조에 따라 2026년까지 80조 원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해 향후 5년간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AI·반도체 분야에 10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향후 폭발적 수요가 예상되는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5년간 약 3조4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시너지를 내기 위해 그룹 내 주력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 E&S를 합병한다. 양사 합병시 매출 규모 88조 원, 자산 규모 100조 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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