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였다. 꼬여도 제대로 꼬였다
동(순천)·서(목포) 중 한 곳에 전남권 의대 신설을 위해 전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공모 방식’ 얘기다. 서울경제에서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공모방식에 대한 우려와 함께 ‘플랜B’ 가동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는데, 결국 ‘파국’이 눈 앞에 보이고 있다. 애초부터 ‘전남도 행정불신’에 따른 순천 등 동부권 일대의 ‘공모철회’ 목소리가 강했다면, 이제는 목포 등 서부권에서도 독자노선을 구축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제는 국회에서도 갈렸다. 또 다른 동·서 경쟁 서막이다.
목포가 지역구인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일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국립목포대학교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특별법에는 목포에 위치한 국립목포대학교에 의과대학을 설치하고, 입학정원은 100명 내외로 교육부장관이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해 정하도록 했다. 사실상 전남도의 공모방식에 대한 반기로 비춰지기도 한다. 동·서를 더해 전남도까지 가세한 갈등이 심각한 상황 속 이번 김원이 의원의 특별법은 ‘정치쇼’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대 지역인 순천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도 가만히 있을 법이 없기 때문이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이틀 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갑)은 ‘국립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설치 및 대학병원 설립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특별법에는 의대 설치에 따른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과 지자체의 지원 특례 등의 근거가 담긴 내용이 포함됐다. 이처럼 동·서 제각각 특별법까지 나온 상황 속 전남도의 공모 실현 가능성은 단언컨대 ‘0%’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전남도는 지난 18일 순천대에 국립의대 공모와 관련한 소통 자리를 갖자고 재차 요청했다. 잇따른 5자·3자 회동에 이어 또 다시 퇴짜다.
#어디서부터 꼬여버렸을까
김영록 전남지사가 쏘아 올리며 의미있는 결실을 맺은 전남권 의대 신설. 하지만 그 이후에 보여준 정치력과 행정력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참모진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이마저도 좋은 평가는 나오지 못하고 있다.
참모진 재점검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는 ‘행정불신의 결정타’ 2021년 도비 2억 7000만 원을 투입한 ‘전남도 국립 의과대학 및 부속병원 설립·운영(공공의료 확충) 방안 연구 용역’에서 불거졌다.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저격한 노관규 순천시장은 이 용역 문서에 대해 “엉터리·왜곡·총체적 난국”이라는 강한 어조와 함께 같은 달 17일 전남도가 다시 추진한 5자 회동(김영록 전남지사·노관규 순천시장·이병운 순천대총장·박홍률 목포시장·송하철 목포대총장) 파국과 관련한 김영록 전남지사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언급했다. 핵심을 간추려 보면 “지사님, 용역결과 제대로 보셨습니까(노관규 순천시장), 문제 없다고 보고 받았다(김영록 전남지사), 그러면 참모진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세요(노관규 순천시장)”
전남도에서는 이 용역문서를 놓고 “편향적 해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지사가 이 용역문서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3년 전 주도한 담당 국장 등 전남도청 내부의 의견이 아닌, 외부에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비전문가가 보더라도 이 용역문서는 전남도가 해명하고 있는 ‘전남권 의대 신설을 위해 추진한 용역’이라고 믿어지기에는 ‘글쎄’다.
#전쟁 속에서 영웅은 꼭 나오기 마련
노관규 순천시장이 차기 지방선거에서 도지사를 노리고 일부러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아직 민선 8기가 절반이나 남았고 지금까지 노 시장이 도지사에 ‘도’자도 꺼낸 적도 없는데 말이다. 그러면서 180만 광역단체장과 28만 중소도시 기초단체장이 격이 맞느냐며 비꼰다. 그럴싸한 비판이다.
노 시장도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아직 민주당 입당은 없다”고 못 박는다. 사실상 민주당 일당 체제인 전남에서 무소속인 노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따진다면 의아하기만 하다. 일각에서는 노 시장이 전남권 의대 신설(순천대)에 대한 진정성 어필, 여러 현안 사업 해결을 위해 야당 보다 무소속 신분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민주당 입당을 미룬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가 공식 석상에서 한 발언도 진정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10년 동안 정치적 야인생활, 그 과정에서 불거진 아픈 가족사(파킨슨병 아내, 뇌출혈 아들), 하지만 10년 만에 다시 일으켜 세워준 순천시민들 위해 모든 것을 바치지 않을 수 없다….” 노 시장 그가 왜 전남권 의대 신설 등 순천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 자연스럽게 그의 리더십과 정치인생은 재조명되면서 정치적 몸집이 커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는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그 전쟁 속에서 영웅은 꼭 나오기 마련이다. 영웅(정치적 체급 올리기)을 누가 만들어 주고 있는지,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릴레이 “전남도 빠져라” 민심을 보세요
‘전남도 행정불신’에 따른 여론은 심상치 않다. 28만(순천)에서 현재는 100만 대군(동부권 전역)이 전남도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전남도는 80만(서부권)을 이끌고 100만 대군과 겨뤄야 하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80만도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민심은 그만큼 무섭다는 얘기다.
실제 김영록 전남지사는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실시한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긍정 평가에서 22개월 간 지켰던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 18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올해 5월 광역단체장 평가 결과에 따르면 김 지사의 도정 운영 긍정 평가는 56.5%로 전달보다 무려 9.4%p 하락해 3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전남권 의대 신설을 놓고 전남도 주도의 공모에 대해 순천 등 전남 동부권의 반대 여론이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전남도는 전남권 의대 설립을 위한 용역을 강행하고 있다. 예산은 10억 원. 지난 2021년 사실상 목포대를 염두한 2억 7000만 원 용역문서처럼 예산만 낭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수차례 언급했듯 순천 등 동부권이 공모에 참여할 가능성은 ‘제로’다. 이 용역이 동·서 누가 유리하게 나오든 간에 신뢰할 가능성도 ‘제로’다.
순천 등 동부권 일대에서는 ‘전남도 빠져라”라는 릴레이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한달여 동안 순천 지역에서 20개 단체 2200여 명에 달한다. 이제는 여수·광양 등 동부권 전역이 가세해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전남도 의대 추천 대학 선정 공모 절차 중단과 전남권 국립 의대와 부속 병원의 동부권 설립을 촉구하는 대 시민 서명 운동도 한 달이 채 안된 지금, 서명이 3000명 목전이다.
다시 한번 되풀이하자면 전남도는 하루빨리 ‘플랜B’가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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