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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반도체 총력전 나서는 대만

■구정모 대만 CTBC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

세계 각국 핵심산업 경쟁 심화 속

라이칭더 취임…기업육성 팔걷어

韓은 '대기업 특혜' 정서에 발목

22대 국회, 보조금 지원 앞장서야





5월은 한국과 이웃 대만의 미래를 결정지을 새로운 정치 지형이 시험대에 오르는 시기다. 30일은 한국 정치의 여소야대가 더욱 확대된 4·10 총선 결과 제22대 국회가 개원하는 날이다. 20일은 대만 의회가 여소야대로 바뀐 상황에서 라이칭더 총통이 취임하는 날이다. 한국과 대만 모두 친미 성향의 대통령과 총통이 계속 집권하고 있으며 정책 집행은 보다 강력한 야당의 견제 속에 살얼음판을 걸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국이나 대만 모두 반도체 산업의 약진에 힘입어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 속에 산적한 경제문제를 헤쳐 나가야 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금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6%로 상향 조정하는 등 우리 경제는 그간의 부진을 딛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반등과 함께 우리 핵심 주력 산업의 수출이 증가하는 것에도 크게 기인한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보호무역주의 팽배와 반도체 산업 등 핵심 산업의 국가 간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더구나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고금리 및 고환율 추세의 지속 등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우리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도 우리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줘야 할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전망은 희망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기술이 국제정치의 패권을 정하는 ‘기정학(Techno-politics)’ 시대의 핵심 전략산업인 만큼 미·일·중·유럽연합(EU) 등은 반도체 산업 유치·육성을 위해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너무 조용하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경쟁 위치에 있던 대만의 TSMC, 더 나아가 대만은 한국을 앞질러 나가고 있다. 2013년에는 한국 100대 기업의 시가총액이 829조 원으로 대만 100대 기업보다 288조 원이나 많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난해 말 한국 100대 기업 시가총액은 1565조 원으로 1650조 원인 대만에 추월을 당했다. 10년간 한국 100대 기업 시가총액이 89% 느는 동안 대만은 205%나 증가했다.

이는 반도체 때문이다. 파운드리 분야를 개척한 TSMC는 10년 전만 해도 빅테크의 하청 업체 취급을 받으며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꾸준한 투자에 힘입어 삼성과 인텔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참으로 씁쓸한 결과다.

그런 TSMC가 다음 주 라이칭더 총통 취임과 함께 ‘대만판 반도체 지원법’이 본격 시행됨으로써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대만 정부는 초당적으로 TSMC와 같은 대형 반도체 기업을 위해 역사상 가장 공격적 수준의 정부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 정부가 이처럼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내놓은 것은 TSMC가 글로벌 시장에서 갖추고 있는 막강한 영향력, 그리고 해외투자를 점차 늘림으로써 대만 반도체 산업을 ‘전 세계의 공통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대만의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우리 정부도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를 신설, 2030년까지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국가전략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다. 또다시 한 발짝 늦게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다. 미·일·중·EU·대만 등 반도체 산업 주요 경쟁국들은 국가 예산 투입과 특정 기업 지원 등 국가 총력전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중소기업·대기업 관계 및 대기업 특혜 등 정서 문제에 발목 잡혀 제대로 지원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정치권은 총선 이후 여전히 포퓰리즘에 빠져 여당에서는 기초연금을 현 정부 임기 내 40만 원까지 인상하고 야당에서는 1인당 2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당장 지급하겠다고 하는 등 그야말로 국가 재정을 거덜 내는 데 ‘초당적 협력’을 경주하고 있다. 정치권은 통렬한 자성과 함께 ‘초당적 협력’으로 국가의 명운이 걸린 국가 생존 전략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춰 국가 총력전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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