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 항구들에 밀려 홍콩의 아시아 물류 허브로서 입지가 크게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글로벌 해운 분석 업체 드류리(Drewry) 통계를 분석한 결과 홍콩항의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14% 줄어든 143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였다. 감소 폭은 세계 주요 항구 중 가장 컸다. 특히 과거 아시아 물류 허브로 통했던 홍콩의 물동량 순위는 2012년 3위에서 2023년 10위로 떨어졌다.
이 같은 순위 변화는 제조업체들이 중국 본토로 이전한 데다 홍콩이 중국 본토 항구들과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해운회사들은 주강 삼각주 지역에서 제조된 상품을 운송할 때 바지선이나 소형 컨테이너선 또는 도로를 통해 옮겨 실어야 하는 홍콩보다 번거롭지 않은 중국 본토의 시설을 더 매력적인 선택지로 여긴다고 FT는 설명했다.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와 하팍로이드가 새 해운동맹을 맺으면서 물동량 상당수를 홍콩항에서 중국 선전 옌톈항으로 옮긴 것도 큰 타격이 됐다. 엘리너 해들랜드 드류리 수석 애널리스트는 “선전항과 광저우항이 심해 터미널 시설에 투자해 수용 용량과 성능을 개선한 것도 홍콩을 우회하는 것을 촉진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본토 항구에 대한 지원 정책도 악재였다. 세계적인 항만회사 허치슨포트홀딩스트러스트는 지난 2월 실적 보고서에서 “홍콩항의 일부 경쟁 항구가 계속해서 정부 인센티브를 받아 해운사에 매력적인 저가 옵션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드류리의 ‘세계 10대 항구 순위’에 포함된 중국 본토 항구 6곳 중 5곳의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이 증가했다. 선전만 0.5%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쳐 거의 변동이 없었다.
홍콩항은 싱가포르 같은 다른 동남아 항구의 맹추격을 받는 신세가 됐다. 대표적인 것이 싱가포르다. 원유 중개회사 오일브로커리지의 아눕 싱 글로벌 해운 분석 책임자는 “상하이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항구인 싱가포르는 ‘차이나 플러스 원(중국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베트남 등 중국 이외 국가로 투자를 늘리는 전략)’의 수혜를 입었다”고 분석했다. 말레이시아의 클랑(Klang)항도 지난해 물동량이 6.4% 뛰며 홍콩을 바짝 뒤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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