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영화 ‘파묘’가 개봉 한달 만에 천만 영화가 됐다. 국내 비주류였던 오컬트 영화로는 처음으로 천만 영화에 오른 것이어서 의미가 작지 않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파묘’는 24일 누적 관객 수 1020만 명을 기록하며 올해 첫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개봉 32일째 달성한 대기록이다. 지난 24일 하루 동안에만 24만 명이 이 영화를 관람했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서울의 봄’(1312만 명) 이후 천만 영화는 석달 만이다.
‘파묘’의 천만 영화 등극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침체에 빠졌던 한국 극장영화 시장이 부활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5편이었던 국내 천만 영화는 지난 2020~2021년 전멸했다가 2022년 2편, 2023년 2편으로 회복됐고 올해는 3월부터 첫 사례가 나온 셈이다.
천만 영화로서 국내 32번째, 한국영화로는 23번째이지만 오컬트 영화로서 ‘파묘’의 성공은 특히 의미가 있다. ‘오컬트(occult)’는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하고 초자연적 현상을 이르는 말로 그동안 일부 덕후들의 전유물로 해석돼 왔다. 그런 오컬트물이 천만 영화가 됐다는 것은 이미 대중성을 획득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 민속 관계자는 “귀신이나 무속 신앙 등도 이야기를 잘 엮어내면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영화 ‘파묘’는 거액을 받고 수상한 묘를 옮기게 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일을 그린 작품이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으로 이른바 K-오컬트 장르를 개척한 장 감독의 신작인 만큼 기대작으로 꼽혔으나, 이 정도의 대흥행을 예상한 시각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관객 330만 명으로 알려졌다.
‘파묘'는 또 2월 개봉 영화로서 두 번째 천만 영화를 기록하게 됐다. 그동안 2월은 극장가에서 비수기로서 무한 경쟁을 회피하려는 작품들이 주로 걸리곤 했다. 지금까지 2월 개봉으로 천만 영화는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1175만 명)가 유일했다. 계속 질주 중인 ‘파묘’는 이것도 넘어설 전망이다.
영화 관계자는 “‘서울의 봄’과 ‘파묘’는 관객의 기대감을 충족하는 웰메이드 영화는 비수기에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 주역들도 영광을 이어가게 됐다. ‘파묘’의 주인공 최민식은 2014년 ‘명량’(1761만명)과 함께 두 번째 천만 영화를 필로그래피에 올리게 됐다.
유해진은 ‘택시운전사’(1218만 명), ‘베테랑’(1341만 명), ‘왕의 남자’(1051만 명)에 이어 네 번째 천만 영화를, MZ 무속인 역할을 한 김고은과 이도현은 첫 천만 배우에 등극했다. 덧붙여 지금까지 최다 천만 영화를 찍은 배우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동석으로 총 5편에 출현했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 이어 세 번째 장편 영화 ‘파묘’까지 명실공히 오컬트 장인으로 거듭난 장재현 감독 또한 ‘천만 감독’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한순천·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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