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에 이어 생명공학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중국 관련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나섰다. 자국 기업의 핵심 기술을 중국 기업이 빼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에 이어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빗장을 걸고 나선 것이다.
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는 미국 정부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중국 생명공학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의 ‘바이오안보법’을 의결했다.
법안은 연방정부가 외국의 ‘우려 생명공학 기업’에서 생명공학 장비나 서비스를 조달하거나 이런 용도에 차관 혹은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다. ‘우려 생명공학 기업’은 미국이 지정한 적대국 정부의 관할·지시·통제·운영 아래에 있고 생명공학 장비나 서비스의 제조·유통·공급·조달에 관여하며 미국의 안보에 위험이 되는 활동을 하는 기업을 말한다. 적대국의 군이나 정보기관과 연구 활동 등을 하는 기업, 생명공학 장비나 서비스를 통해 유전체 등 신체 정보를 동의 없이 확보하거나 이를 적대국 정부에 제공하는 기업을 안보 위험으로 간주했다.
특히 법안은 ‘우려 생명공학 기업’의 예로 중국의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와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 기업인 우시앱텍 등을 명기했다. 이들 기업이 미국인의 유전자 정보를 중국 당국에 넘기는 등의 안보 우려가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은 ‘데이터안전법’ 등을 통해 중국 내 서버를 둔 기업들의 데이터를 공산당이 요구하면 이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 생명공학 기업에 대한 단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미국인의 유전자와 생체 정보, 개인 건강 데이터 등이 중국·러시아 등 ‘우려 국가’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 1월 하원에서도 유사 법안이 발의됐는데 이 법안은 BGI가 유전체 정보를 수집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하원 법안은 또 제약·의료 산업에 연구개발(R&D) 및 제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시앱텍이 중국군과 관련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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