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74년 역사상 최초로 로봇 배우가 무대에 서는 연극 ‘천 개의 파랑’이 4월 개막한다.
‘천 개의 파랑’은 2019년 천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희미해지는 존재들을 올곧게 응시하는 이야기로, 한국 과학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국립극단 작품개발사업 ‘창작공감: 연출’ 공모를 통해 선발된 장한새가 연출을 맡았다. 장 연출은 ‘햄버거 먹다가 생각날 이야기’ ‘어부의 핵’ ‘마운트’ 등의 작품을 통해 로봇을 매개로 다양한 초연결세계의 현상들을 무대 위에 구현해 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원작이 가진 따뜻함을 토대로 로봇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를 그릴 예정이다. 각색은 ‘왕서개 이야기’ ‘붉은 낙엽’ 등으로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김도영이 맡았다. 김 연출은 ‘햄버거 먹다가 생각날 이야기’ ‘어부의 핵’으로 장 연출과 호흡을 맞춰온 바 있다.
작품은 경주마들이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휴머노이드 기수가 도입된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는 한때 가장 빠른 경주마인 투데이의 파트너로서 투데이의 진동을 통해 투데이의 감정을 깨닫는다. 투데이가 달리기 힘들어졌을 때, 콜리는 투데이를 살리기 위해 낙마하고 하반신이 부서진다. 폐기를 앞둔 어느 날, 콜리를 발견한 연재는 콜리를 수리한다. 연재의 언니 은혜는 투데이가 안락사 예정임을 알게 되고 연재와 콜리와 함께 투데이가 마지막으로 달릴 계획을 함께 세운다.
이번 작품에서는 로봇 배우 ‘콜리’가 등장한다. 145cm의 아담한 키와 원작 소설과 같은 브로콜리색 몸통을 지니고 있다. 얼굴은 LED로 제작돼 눈의 밝기 조절이 가능하고 말을 할 수 있다. 스스로 상반신과 팔, 손목, 목 등을 움직일 수 있고 스피커가 달려 있다. 콜리는 라이브로 움직임과 대사를 소화하는데, 조명장치 제어 시 사용하는 디지털 멀티플렉스(DMX) 신호로 큐사인을 받아 자동으로 움직인다. 콜리와 똑같은 사양의 커버 배우도 준비되어 있다. 이번 연극은 창작진 크레딧에 로봇 담당이 올라간 최초의 국립극단 공연이 될 예정이다.
시즌단원 윤성원·이승헌·최하윤·허이레와 객원 배우 김기주·김예은·김현정·류이재·장석환 등이 출연한다. 김예은은 콜리의 움직임을 컨트롤하고 독백을 나누며 연기할 예정이다.
장 연출은 “우리 모두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지만 모순적이게도 점점 더 고립되고 외로워지고 있다”며 “이 작품이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나아가 연대하는 행위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준다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강희 드라마투르그와 김 작가, 장 연출을 만날 수 있는 예술가와의 대화는 14일 공연 후 열린다. 예매는 다음달 6일부터 가능하다. 4월 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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