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호텔 서울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에 9892실을 판매했다. 2019년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정부 관계자·왕족의 방한, 의료관광 등 롯데호텔에 묵는 이유는 다양했다. 같은 기간 쿠웨이트에는 1548실이 판매됐다. 2019년과 비슷한 규모이나 호텔 매출은 1억 원가량 더 뛰었다. 고단가 스위트 객실을 판매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 외래 관광객 2000만 명을 유치하기 위해 틈새시장이었던 중동 관광객, 아시아 남성 관광객 등을 겨냥한 관광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여행 트렌드가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 바뀌면서 그간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 관광)의 핵심이었던 중국 일본에서 예전만큼 한국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K 콘텐츠를 매개로 인바운드 관광객을 다양하게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기회, 중동 관광객=29~30일 양일간 서울 용산에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주최로 열린 인바운드 트렌드 및 2024 사업계획설명회에서 전문가들은 중동 시장에 주목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등 중동에서 지난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3만여 명이다.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88.2% 회복했다.
인원은 적으나 이들이 한국 관광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평균 지출액이 2500달러에 체류일도 10일 이상으로 길다. 수백 명의 대표 사절단, 10명 내외 왕족 등 대규모로 한국을 방문해 럭셔리 여행을 선호한다. 지난해 롯데호텔 서울에 묵은 카타르의 한 가족은 호텔에서 판매하는 넛츠류 상품만 7000만 원어치를 사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철진 롯데호텔 매니저는 “중동 국가에서 의료관광을 오면 스위트룸에서 2주 이상 장기간 투숙하는 경우가 많다”며 “왕족이 방한하면 24시간 라운지·바틀러 서비스 등 부대서비스를 제공해 매출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지만 한국관광공사 두바이지사장은 “중동 관광객으로 올해 3만7000명, 2026년까지 5000만명을 유치하는 게 목표”라며 “인바운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아시아에 이어 중동 관광시장을 주력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韓 여행 안 오는 중국인 남성=그간 가장 많이 한국을 찾았던 중국인 관광객이 여성에 치우쳐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트립닷컴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트립닷컴을 통해 한국을 여행한 중국인 관광객의 66.4%는 여성이었다. 일본의 경우 58.72%, 태국은 51.33%로 한국보다는 성별 간 차이가 적다. 주변 아시아 국가에 비해 한국이 중국인 남성 관광객을 유인할 관광 콘텐츠가 부족한 셈이다. 트립닷컴 내 소비액 역시 일본에 비해 한국이 3배가량 적었다. 체류기간은 한국이 3.5일, 일본이 3.2일, 태국이 3.8일로 집계됐다.
에디슨 천 트립닷컴 부사장은 “전체 관광 트렌드가 단기간 자주 와서 즐기는 건데 일본은 계절별, 시기별 다양한 체험 상품을 판매해 중국인 관광객의 지출이 높은 편”이라며 “잠재력 있는 중국인 남성 관광객을 어떤 체험을 통해 유치할지 한국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호텔 1박당 평균 단가가 1000~2500위안으로 2019년 대비 두배 이상 증가한 점도 최근 바뀐 트렌드로 손꼽힌다. 개별관광으로 바뀌면서 중국인 관광객들도 2~3성급 호텔이 아닌 4~5성급 호텔에 묵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에 따라 한국관광공사도 국가별 맞춤형 전략을 세워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을 유치해내겠다는 전략이다. 세부적으로 중화권에는 지역 공동 K컬처 교류단체를 통해 30만 명을 유치한다. 일본에는 지역에 특화된 콘텐츠로 재방문 수요를 견인해 10만 명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아시아 중동지역은 가족 친화 방한 캠페인을 전개해 6000건 이상 가족 관련 관광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구미 대양주는 교육여행 방한객으로 3000명을 유치하려고 한다. 정석인 공사 기획조정실장은 “해외지사가 미개설된 지역 중 10개 지역에 홍보지점을 신설해 신흥 시장에서 한국을 홍보하고 밀착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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