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 분열이 사실상 현실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 ‘대표직 사퇴 및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요구를 끝내 거절하자 이 전 대표는 탈당 및 신당 창당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당내 비주류 의원들이 잇따라 탈당할 가능성도 있어 당 안팎에서는 이 같은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이 대표의 행보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지지자들과 신년 인사회를 열고 “우리는 큰 싸움을 벌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싸움은 정치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세력과 정치가 이대로 좋다는 세력의 한판 승부”라며 “국민께 새로운 선택지를 드리겠다는 세력과 선택의 여지를 봉쇄해 기득권을 누리겠다는 세력의 한판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은 ‘기존 세력’인 현 민주당에서 나와 ‘새로운 정치’를 주도할 신당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이 대표와 전격 회동했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끝났다. 이 전 대표가 연말을 시한으로 요구한 ‘당 대표 2선 후퇴, 통합 비대위 전환’을 이 대표가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갈 길 가겠다”며 탈당을 선언한 이 전 대표는 4일께 공식 창당 선언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새해 첫 주가 민주당 내홍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대표의 창당 선언과 함께 이 전 대표와 가까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 등 비명계 4인 현역 의원들로 구성된 ‘원칙과 상식’은 이번 주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들이 탈당할 경우 총선 직전 이 전 대표의 신당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와 친명(친이재명)계의 속내도 복잡해졌다. 그동안 이 대표에 반기를 들었던 비명계 의원들이 탈당하면 당을 지휘하는 이 대표의 ‘그립감’이 커질 수 있지만 총선 직전까지 계파 갈등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이 대표는 ‘분열은 필패’라는 인식 아래 당분간 통합에 방점을 둔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1일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방문한 뒤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했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깨어있는 시민과 함께 사람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꼭 만들겠습니다”고 적었다. 권영숙 여사도 예방해 봉하 쌀로 만든 떡국을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저희가 더욱더 노력해서 다가오는 선거를 잘 준비하겠다”며 “더 단합하겠다”고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2일에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해 부산 현안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하고 이어 경남 양산의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당 상황과 총선 전략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가 끝난 후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기정 사실화’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만 하고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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