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 초점이 실제 ‘돈봉투’가 전달됐는지로 이동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겨냥한 검찰의 사정 칼날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구속 이후 금품 수수 의혹 의원들로 향하는 등 차츰 종착역에 근접하는 모습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27일 허 의원을 불러 조사했다. 정당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이날 소환은 허 의원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이뤄졌다. 조사는 10시간 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허 의원을 불러 조사하면서 예의 주시하는 부분은 그가 실제 돈봉투를 수수했는지 여부다. 허 의원 측은 조사에서 ‘돈을 받은 사실이 없음을 적극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은 ‘사안의 실체를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수사 대상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돈봉투 수수 혐의가 특정돼 강제 수사를 받은 이성만 무소속 의원, 임종성 민주당 의원과도 조사 일정 혐의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허종식·임종성 의원이 당 대표 경선을 앞둔 2021년 4월 28일 국회 본관 외교통상위원회 소회의실에서 무소속 윤관석(구속 기소) 의원으로부터 송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독려해달라는 명목으로 3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한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달 2일 두 의원의 주거지,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성만 의원의 경우 경선 캠프 관계자들에 대한 자금 살포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5월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다만 이들은 모두 돈봉투 수수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송 전 대표를 비롯한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 수사에 성공하는 등 돈이 모아지고, 뿌려지는 과정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실제 금품 수수 쪽으로 검찰이 눈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수사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금품 수수 의혹 사건 특성상 실제 돈이 오가는 과정이 은밀하게 이뤄져 혐의 입증이 정황·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서다. 현금이 오갈 수 있는 데다, 장소도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일 가능성이 커 실제 증거를 확보 하기가 쉽지 않다. 송 전 대표의 경우도 구속 후 네 차례 소환을 거부했다가 지난 26일 이뤄진 첫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다. 특히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다시 부르지 말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2021년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경선 캠프가 같은 해 4월 28~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과 의원회관에서 현역 의원들에게 뿌린 돈봉투가 20개(총 6000만 원)라고 보고 있다. 또 이를 민주당 의원 20명이 1개씩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거론된 금품 수수 의원은 단 3명 뿐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시작점으로 꼽히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녹취록에는 이성만 무소속 의원과 임종성·허종식 민주당 의원 등 3명이 등장한다. 이 전 부총장도 앞선 재판에서 녹취록 내용을 설명하면서 3명 의원이 언급된 게 맞다고 진술한 바 있다. 송 전 대표의 구속 기한인 내달 6일까지 검찰이 이들 3명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를 완료하고, 사건을 마무리할 수있다는 관측이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의원들에 대한 당시 동선 등을 조사했다고 하나, 이는 정황 증거에 불과하다”며 “실제 돈이 오가는 CCTV 화면이나 금품을 전달한 이의 증언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수사를 대폭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 4월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수 개월 앞두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소”라며 “그만큼 검찰이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의원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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