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한 유튜브 채널에 '인류 최초 시구하다가 아킬레스건 끊어진 남자의 이야기'란 제목의 영상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영상에는 배우 겸 크리에이터 문상훈의 시구 도전기와 갑작스러운 부상을 입은 심정이 담겼다. 그는 지난 22일 KBO리그 LG트윈스, NC다이노스 경기에 앞서 시구를 하다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경기를 앞두고 잠실야구장에서 LG트윈스 투수 임찬규의 지도 아래 연습을 하며 안정적인 투구 실력으로 칭찬까지 받았지만, 마운드에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과정에서 발목을 삐끗하며 크게 넘어지고 말았다. 곧바로 몸을 일으켜 세운 뒤 시구를 마치고 절뚝이며 걸어나갔다.
들것에 실린 채 응급실로 옮겨진 그는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는 진단을 받고 사흘 뒤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상훈은 당시 상황을 두고 "뒤꿈치가 개가 팍 문 줄 알았다. 넘어지고 '뭐야?'하며 뒤를 봤는데 다음에 힘이 안 들어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아킬레스건은 가자미 근과 장딴지 근의 힘줄이 모여 하나의 힘줄을 이룬 것으로 우리 몸에서 가장 두껍고 강한 구조물 중 하나다. 수축작용을 통해 보행의 추진력을 만들고 달리거나 뛰어오를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발생한 경우를 아킬레스건염이라고 하는데 발병 원인은 크게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 그리고 두가지 요인이 같이 있는 세 가지 정도로 나뉜다.
아킬레스건염을 유발하는 외적 요인은 과다한 사용에 의한 경우가 많다. 갑작스럽게 운동량이 늘거나 과도한 등산, 딱딱하거나 경사진 면에서 운동하는 경우 같이 운동 방법이 잘못돼거나 운동 과부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스테로이드나 퀴놀론계 항생제의 사용과도 연관된다. 내적 요인으로는 다리 길이 차이나 발의 부정 정렬 외에 평발 같은 발의 변형이 존재하는 경우 등이다. 선천적으로 아킬레스건이 짧은 경우도 통증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졌다. 그 밖에 염증성 관절병증·당뇨·비만·통풍 등의 질환이나 단순히 나이가 드는 것과도 연관성을 갖는다. 만성 아킬레스건염은 외적, 내적 요인이 혼재된 경우가 더 흔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아킬레스건염은 발생 위치에 따라 비부착성 아킬레스건염과 부착성 아킬레스건염으로 나뉜다. 유형에 따라 증상도 다르다. 비부착성 아킬레스건염은 아킬레스건이 발뒤꿈치 뼈(종골) 후방에 부착된 위치보다 2~6cm 가까운 곳(근위부)에서 통증이 발생한다. 반면 부착성은 종골 후방에서 통증이 나타난다. 환자는 해당 부위 주위로 붓기와 통증을 호소하며, 대부분 통증의 위치가 국소적으로 명확하다. 활동 시 통증이 증가하고 휴식 시 호전되는 것도 특징적이다. 간혹 환측(질환으로 손상된 쪽)의 발뒤꿈치 뼈가 건측(손상되지 않은 쪽)에 비해 튀어나왔다고 표현하는 환자들도 있다.
아킬레스건염은 대개 진찰을 통한 임상적 진단이 가능하다. 위에서 언급한 아킬레스건염의 대표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대개 발목관절의 족저굴곡 소견을 보인다. 통증을 피하기 위해 발 끝을 발등 쪽으로 당기는 상태로 발목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수동적으로 발끝을 발등 쪽으로 당기는 족배굴곡을 시도하면 통증이 악화된다. 이 외에 아킬레스건염의 진단을 위해 시행할 수 있는 검사로는 단순방사선검사,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있다. 단순방사선검사를 통해서는 발 뒤꿈치 뼈가 비정상적으로 자라 돌출된 ‘해글런드 변형’과 함께 동반된 족부의 변형도 확인 가능하다. 초음파와 MRI를 통해서는 아킬레스건의 상태 및 변성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아킬레스건염의 완치를 위한 단 한 가지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보존적 치료법으로 시작해야 한다. 잘못된 운동 방법과 무리한 운동량 등을 교정하는 게 최우선이다. 통증이 심한 급성기에는 발목 관절을 중립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부목이나 석고 고정을 1~2주 정도 해서 쉬게 해주는 게 좋다.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NSAIDs)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장기간 투약은 권장하지 않는다.
아킬레스건염을 가장 쉽고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아킬레스건 스트레칭이다. 계단을 이용하면 쉬우면서도 효과적으로 아킬레스건 스트레칭이 가능하다. 난간을 잡고 안정된 자세에서 계단의 끝에 발의 앞부분을 위치시킨 다음 발 뒤꿈치를 천천히 계단 아래로 쭉 내린다. 이때 천천히 버티면서 내려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발 뒤꿈치가 가장 아래로 내려간 위치에서 30초간 유지하고 계단을 내려온다. 이런 과정을 15번씩 하루에 3회 실시하길 권장한다.
만약 이같은 방법이 힘들면 벽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스트레칭을 시행할 쪽의 발을 앞에 두고 벽을 향해 선다. 앞발의 발목을 당겨 발가락은 벽에 닿게 하고 발 뒤꿈치는 바닥에 닿게 위치시킨다. 이때 무릎이 굽혀지지 않게 주의하면서 뒷발의 뒤꿈치를 들어 몸 전체를 벽에 가깝게 기대며 스트레칭 한다. 이 동작은 한 다리당 1분씩 총 3회 실시한다.
증상의 호전을 위해 보조기를 같이 사용해 볼 수도 있다. 발 뒤축을 올려줘서 아킬레스건에 부하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뒤꿈치 컵(Heel cup)’이 가장 널리 사용된다. 체외충격파요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아직 아킬레스건염에 대한 체외충격파요법의 확실한 효과를 두고 논란이 있으나 수술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점차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통상 6개월 이상의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알려졌다. 보존적 치료를 충분히 시행한 후에도 호전이 없는 경우에 한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는 있으나 실제로 수술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아킬레스건염 예방의 첫 단계는 교정 가능한 원인을 바로잡는 것이다. 무엇보다 잘못된 운동 방법, 무리한 운동량 등을 교정해 원인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평소 아킬레스건 스트레칭을 자주 시행하고, 발 건강 유지를 위해 쿠션이 충분하고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것도 좋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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