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를 받던 병원에서 탈출해 도피 행각을 벌인 특수강도 피의자 김길수(36)가 도주죄로 최대 징역 1년의 형을 추가로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길수에게 도피자금 10만 원을 건넨 지인 또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길수는 지난달 30일 특수강도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체포된 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피의자다. 형법 제334조는 흉기를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해 강도죄를 범한 자에 대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는 지난 9월 '은행보다 저렴하게 환전해 주겠다'며 30대 남성을 만나 얼굴에 방범용 스프레이를 뿌리고 가방에 담긴 현금 7억 4000만 원 중 7000만 원가량을 가지고 달아났다. 경찰은 김길수가 뿌린 방범용 스프레이를 흉기로 보고 특수강도 혐의를 적용했다.
여기에 형법 145조 1항(도주죄)에 따라 1년 이하 징역형이 추가될 전망이다. 형법 제146조(특수도주죄) 적용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김길수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김길수가 도주 과정에서 절도 등 다른 범죄를 저질렀다면 죄목이 추가될 수도 있다.
김길수가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때, 특수강도죄 자체의 형량이 올라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형사 전문 변호사인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통상 피의자가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는 것은 양형 사유가 된다”며 “그러나 김길수는 도주했기 때문에 재판부가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이유로 특수강도죄 형량 자체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 과정에서 상습 특수강도 혐의로 추가 기소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형법 제341조에 따르면 특수강도 상습범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2011년 김길수는 특수강도에 포함되는 특수강도강간죄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다만 상습죄는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길수가 도주한 직후 10만 원의 도피자금을 제공한 여성 지인 A씨도 처벌받을 수 있다. A씨는 현재 범인은닉(도피)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형법 제151조 1항에 따르면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A씨가 김길수의 도주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고, 김길수와 통화를 하며 검거에 도움을 줬다는 점을 고려하면 참작될 가능성이 있다.
경기도 양주에서 김길수에게 도피자금을 건넨 김길수의 동생 B씨는 처벌받지 않을 전망이다. 형법 제151조 2항은 '친족·호주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해 은닉·도피시켜 준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지난 6일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전화부스에서 김길수를 체포했다. 이는 지난 4일 김길수가 오전 경기도 안양시의 한 병원에서 탈출해 의정부·양주·창동·당고개·노원·뚝섬유원지·고속터미널 등을 거치며 도피한 지 70여 시간 만이다.
경찰은 7일 오전 4시께 김길수를 서울구치소로 인계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도관은 수용자가 도주했을 경우 도주로부터 72시간 이내에 체포할 수 있다. 경찰은 지난 5일 김길수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이중구속 등의 법리적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교정당국에 김길수를 넘겼다. 경찰은 김길수가 계획적으로 도주를 감행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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