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3% 수준이던 미국 10년물 금리가 6개월 만에 4.8%를 넘어서고 20년물 금리 또한 5%를 돌파하는 등 미 국채 금리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리 상승의 기본적인 배경은 경기와 물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며 연착륙보다 ‘무착륙’(no landing)에 가까운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고용시장은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대체로 긍정적이다. 미국 제조업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서비스업과 소비 지수 또한 여전히 견고하다.
그러나 상반기 근원 물가의 느린 하락세에 대한 우려에 이어 국제 유가 반등에 대한 걱정이 나오고 있다.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에너지·식료품 등 모든 품목을 포함한 물가지수)’도 다시 상승하며 당분간 물가 목표와는 상당한 괴리를 나타낼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2024~2025년 점도표 중간값을 50bp(1bp=0.01%포인트) 상향 조정하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동결을 나타낸 점도 미 국채 금리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 연준이 고금리 장기화 방침을 고수하자 금융시장도 이를 본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연준의 모호한 9월 경제전망이 향후 수정될 수 있고 금리 인하 폭이 점도표보다 확대되더라도 이는 내년에나 있을 결과론적 내용으로 통상 1년 이후의 점도표는 장기금리 궤적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종합적으로 경기와 물가, 통화정책 측면에서 미 국채 금리 상승이라는 방향성은 일견 타당하나 150bp 금리 상승을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내년 미국 경제 성장세는 올해보다 강하기 어려울 것이고 인플레이션 또한 둔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연내 한 차례 더 단행되더라도 내년 하반기에는 일정 수준의 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금리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은 수급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채 수요의 큰 축을 형성했던 일본과 중국의 수요는 크게 감소했다. 여기에 일본은행(BOJ)의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 유연화와 피치(Fitch)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겹쳤다.
하지만 국채 금리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친 것은 미국의 재정적자 증가에 따른 공급 부분이다. 연준에 따르면 연방 정부의 재정 규모는 4년 전보다 43%나 증가했고 투자 지출 증가의 3분의 1 이상이 정부 보조금과 지원금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헤지펀드들이 미 국채의 장기금리 상승에 베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영국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채권 자경단’이 재등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론적으로 미국 경기가 둔화하더라도 재정지출 규모가 줄지 않는다면 금리가 크게 하락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재정적자 규모가 유지되며 발행 증가에 따른 기간 프리미엄 상승 부담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구조는 내년에도 글로벌 채권 시장을 흔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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