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에 강진이 발생한 지 12일(현지 시간)로 닷새째에 접어들면서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지진 발생 후 72시간)’이 지났다. 실종자 규모를 추정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참혹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에 주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모로코 매체 노스아프리카포스트에 따르면 모로코 내무부는 강진으로 인해 전날 오후 7시까지 2862명이 숨지고 2562명이 부상당했다고 발표했다. 진앙이 위치한 알하우즈주와 인근의 타루단트주에서 각각 1604명, 976명이 사망했다. 지진 붕괴 시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지나면서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접근이 어려운 산악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는 이유로 실종자 수에 대한 추정치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 지역 주민들은 당국의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알하우즈주의 두아르 트니르트 마을에 구조대와 공무원들이 11일 오후에야 도착해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지진이 발생한 8일 밤 마을로 달려온 메흐디 아이트 벨라이드(25)는 경찰들에게 “(주민들을 돕기 위해) 다른 국가에서 민간 항공기를 타고 온 사람들도 있다”며 “(정부는) 마을로 오는 길이 막혔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구조가 늦어져) 아이들까지 땅을 파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우리 스스로 사람들을 구조하고 묻었다”며 “진실을 말하라. 도대체 (지진 발생 후) 몇 시간이나 지났냐”고 소리쳤다.
이런 상황에서도 모로코 정부는 10일 스페인·카타르·영국·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을 승인한 뒤 다른 국가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독일 구조대는 쾰른공항에 집합까지 했지만 결국 귀가했다. 일부 국가와 단체는 이 같은 대응에 당혹스러움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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