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와 관련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향후 판결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다만 정 의원은 “감정이 섞인 판단”이라고 반발하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혀 판결 확정 여부와 관계없이 사실상 임기(내년 5월)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10일 사자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의 직무상 활동을 제한한다는 점을 고려해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정 의원을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했으나 법원은 해당 사건을 정식재판에 넘겼다. 특히 이례적으로 검찰의 구형(500만 원)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정 의원은 2017년 9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씨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 싸움 끝에 권 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는 글을 올려 유족에게 고소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글 내용은 악의적이거나 매우 경솔한 공격에 해당하고 그 맥락이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며 “유족들이 큰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이고 유족이 수사 과정에서 정 의원에 대한 엄벌의 뜻을 명확히 밝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정치적 판결”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판결 수위만 놓고 보더라도 다분히 정치적 판결로 의심하기에 충분하다”며 “1년 남은 선거에 공천을 받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6년이나 끌어오다가 총선을 앞둔 시점에 내려진 이번 선고를 보더라도 김명수 체제에서의 '판결의 정치화'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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