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가 2개월 연속 ‘불황형 흑자’의 덫에 걸렸다. 8일 한국은행은 6월 경상수지가 58억 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5월과 마찬가지로 수출(-9.3%)보다 수입이 더 큰 폭(-10.2%)으로 감소한 데 따른 씁쓸한 흑자다. 5월(19억 3000만 달러)에 이은 흑자 행진 덕에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는 24억 4000만 달러 흑자로 잠정 집계됐다. 당초 한은이 예상한 16억 달러 적자를 뛰어넘은 ‘깜짝 흑자’이지만 이면의 위험 신호를 생각하면 선방했다고 평가할 수만은 없다. 상반기 흑자는 수출 부진과 해외여행 급증에 따른 상품·서비스수지 적자를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배당 수입 확대에 힘입은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메운 격이기 때문이다.
하반기 경제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발표된 7월 무역수지는 수출·수입 모두 두 자릿수로 줄어든 불황형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게다가 여행수지가 악화해 서비스수지는 5월 9억 1000만 달러에서 6월 26억 1000만 달러로 적자 폭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은은 7월에도 경상 흑자를 예상하지만 여행수지 적자 확대와 최근 국제 유가·곡물가 상승, 중국 등의 경기 회복 지연이라는 변수가 맞물려 연간 흑자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지속되는 불황형 흑자는 막 저점을 지나 변곡점에 있는 우리 경제가 회복 궤도 진입의 문턱에서 다시 위축될 수 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경상 흑자가 고용 창출과 투자 확대, 소비 증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려면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확대가 필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반도체 수출 물량 증가 등에 힘입어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수출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경기는 언제든 뒷걸음질 칠 수 있다.
지금은 허울 좋은 흑자에 안심하지 말고 민관이 ‘원팀’이 돼 수출 ‘스퍼트’를 올려야 할 때다. 수출 시장·품목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세제·금융·예산 등의 전방위 지원과 규제 혁파에 나서야 한다. 각국의 보호무역 장벽에 대응할 외교력을 발휘해 기업들의 장애물을 제거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로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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