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이 하반기 경제 회복을 위해 부동산 정책을 대폭 뜯어고치겠다고 예고했다. 내수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얼어붙은 주택 시장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경기 둔화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투기 방지를 위한 규제 위주의 정책이 실패했음을 사실상 인정함에 따라 거래 활성화와 부동산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항셍지수가 장중 5% 이상 오르는 등 범중국 증시도 급등했다.
25일 관영통신 신화사 등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전날 당 총서기인 시진핑(사진) 국가주석의 주재로 열린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조율했다.
시 주석은 회의에서 “지금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시 정책 조정 강화와 총수요 확대, 산업구조 업그레이드, 경제 개혁 심화 및 대외 개방 수준 제고, 중점 영역의 리스크 대비, 민생 보장·개선 사업 등이 필요하다”며 “올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영 매체들은 이날 회의에서 하반기 주요 경제정책 과제로 △질적 성장 추진 △소득 증대로 내수 확대 △전략산업 육성 △개혁 개방 지속 △부동산 정책 조정 △고용 안정 등이 주문됐다고 밝혔다.
가장 주목할 점은 부동산 정책 조정을 언급한 부문이다. 중앙정치국은 ‘중점 영역 리스크’로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을 지목했다. 불안 요소를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의 수급 관계에서 중대한 변화가 나타나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 부동산 정책을 적시에 조정하고 최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조치 완화를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그동안 부동산 투기를 경고하며 시장 안정화를 강조해왔다. 블룸버그는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라는 문구가 빠진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 문구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16년 회의 발표문에 처음 등장한 이래 지금껏 관리들이 꾸준히 언급해왔다”고 지적했다. 올해 4월 정치국 회의에서도 “주택은 투기가 아닌 거주가 목적이라는 전제하에 부동산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는 언급이 나온 만큼 관련 문구의 삭제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당국의 시각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구매 제한, 부동산담보대출 제한, 주택 거래 가격 제한 등의 정책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주요 세원이 사라진 지방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규제 완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대출금리 인하 등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더해질 가능성도 높다. 관련 정책을 ‘적시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힌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정책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정치국 회의에서는 내수 부진을 타개하고 고용을 안정시킬 정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경기 부양 예고에 시장이 즉각 반응하며 중화권 증시가 급등했다. 이날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는 오후 3시 40분께 전장 대비 5.3% 올라 3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보였고 항셍지수도 같은 시간 4.2% 뛰었다. 본토의 CSI300지수 역시 전장 대비 2.9% 상승 마감해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많이 올랐고 상하이종합지수·선전성분종합지수 또한 각각 2.13%, 2.19% 상승했다. 피오나 림 싱가포르 말레이안뱅킹 선임외환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에 “(중국 정부의 발표는) 시장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 데 중요하고, 아마도 충분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