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임명 제청 과정에서 특정 성향의 후보를 겨냥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데 대해 현직 판사가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기도 한 법원에 근무하는 A 판사는 지난 15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걱정과 참담 사이'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특정 정치 성향의 후보자가 제청되면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는 (대통령실의)공개 언급은 후보자 제청을 행정부가 임명 거부로써 적극 정쟁화하겠다는 예고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A 판사는 "임명거부의 실행은 헌법상 권한 행사일지라도 임명거부의 예고는 법에 없는 정치행위"라며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에 상당한 장애가 초래된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A 판사는 "대법원장은 당연하게도 장애를 극복해 권한을 올바로 행사했어야 한다"며 "사법부 수장 답게 '제청에 이의 있으면 임명 거부하시오'라고 할 수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 두 후보자에 대해 "(김 대법원장의 결정으로) 어부지리의 혐의도 외부 압력에 의한 피해의 의심도 끝내 벗기 어렵게 됐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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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판사는 끝으로 "이번 사태가 유야무야 잊힌다면 머지않아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 제청을 앞두고 대통령의 임명거부 예고가 상시로 이루어지는 세상, 연구회 가입 여부에 신경 쓰는 법관들을 보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대법관 후보 임명 제청을 앞두고 김 대법원장이 특정 정치 성향의 후보를 임명 제청할 경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인물들은 진보 성향의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김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을 지내 법조계에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됐다.
이후 김 대법원장은 8명의 대법관 후보 가운데 정치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 제청했다. 이를 두고 ‘김 대법원장이 대통령실과 마찰을 피하기 위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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