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여성암인 유방암은 수술 후 가슴 전체를 들어내야 하는 데 대한 부담이 크다. 유방재건술을 받아도 유두와 유두 주변의 착색된 둥근 피부인 유륜을 자연스럽게 복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수술 전 항암치료를 통해 유두와 유륜을 침범했던 종양을 제거하면 유두와 유륜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준안성귀배숭준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교수팀은 선행항암요법 후 ‘흩뿌려진 암'이 없어졌는지 여부가 유방암 수술 시 유두 절제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흩뿌려진 암은 유방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암세포가 덩어리져 보이는 종괴성 병변과 달리 불규칙하게 흩뿌려진 것처럼 보이는 암조직이다. 전문용어로는 '비종괴성 조영 증강(NME)'이라고 불린다. 유방암 환자의 30~40%는 유방 전체를 들어내는 '유방 전 절제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환자의 미용적 만족도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유두와 유륜을 모두 남기고 그 외 부위를 잘라내는 '유두·유륜 복합체 보존 유방 전절제술'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종양이 유두·유륜 복합체를 침범한 경우 보존이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2007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선행항암요법 후 유두-유륜을 포함해 유방전절제술을 시행받은 유방암 환자 326명을 대상으로 항암치료 전후 MRI에서 NME의 유두·유륜 복합체 침범 여부와 수술 중 제거된 유두·유륜 복합체의 병리학적 유방암 세포 침범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326명 중 217명(66.6%)의 선행항암요법 전 유방 MRI에서 NME의 유두-유륜 복합체 침범 소견이 관찰됐다. 217명 중 153명(70%)은 선행항암요법 후 유방 MRI에서 NME의 유두-유륜 복합체 침범이 사라졌다. 병리검사상 유방암 세포의 유두-유륜 복합체 침범이 관찰된 환자는 4명(2.6%)에 그쳤다. 선행항암요법 후 유방 MRI에서 NME를 포함해 유방암이 모두 사라진 31명은 병리검사에서도 유방암 세포의 유두·유륜 복합체 침범이 관찰되지 않았다. 수술 전 항암치료를 통해 유두·유륜을 침범했던 NME 소견이 사라진 경우 유방을 잘라내더라도 유두·유륜 복합체를 보존해도 좋다는 근거가 처음 마련된 것이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선행항암요법으로 비종괴성 조영증강의 유두-유륜 복합체 침범 소견이 사라진 환자의 경우 잔여암 걱정 없이 유두·유륜 복합체 보존 유방 전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유방암 수술을 받는 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영상의학분야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라디올로지’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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